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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Apr 21. 2023

경이롭고 아름답고’ 어찌 형언할 수 없는 비경, 우유니

4월19일(수) 남미 제일 비경… 낮에는 햇빛 밤엔 별빛 ‘빛의 항연'

소금사막 투어로 유명한 우유니 첫날. 햇빛은 눈부시게 쏟아졌고 바람 하나 없어 따뜻했다. 비 오고 바람 불면 우유니 소금사막의 비경을 볼 수 없다. 심성이 선하고 흥이 넘치는 한국인 여행객 5명과 함께 했다.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아리엘이 가이드로 나섰다. 무엇보다 사진을 잘 찍는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우유니에서 이런 친구들과 함께 했다니 참 감사하다. 

아리엘과 함께 투어를 나가는 건 행운이다. 업무를 꼼꼼하게 처리하고 인성이 훌륭해 한국인 여행객이 참 좋아한다. 우리 동행자 중 한 여성이 자기 이상형이라고 밝힐 정도다. 물론 잘생겼다. ㅎㅎ 나하고 금세 친구가 됐다.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친구 하자고 했더니 흔쾌히 수락했다. 아리엘은 수줍음 많고 과묵해 필요한 말만 한다. 나서야 할 때와 물러나 있을 때를 안다. 사진을 촬영할 때는 주도적으로 나서고 여행객들이 우유니 소금사막의 비경을 감상할 때는 물러나 침묵한다. 사진 촬영 능력이 탁월해 아리엘이 촬영한 사진과 다른 동료가 촬영한 사진의 질 차이가 뚜렷하다. 그러니 한국인 여행객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스러져가는 녹슨 기차 위에서 개폼 ㅎㅎ

아리엘이 소금사막에 가기 전에 우리를 먼저 데려간 곳은 기차 무덤이다. 버려진 기차를 모아 놓은 곳을 관광지로 만들어 소금사막 투어의 메뉴를 하나 더 추가하자는 의도가 엿보인다. 녹슬어 삭아가는 열차들이 소금사막 관광지라니 낯설었다. 그래도 우리 일행은 흥이 넘쳤다. 녹슨 열차를 오르내리며 신나게 촬영을 즐겼다. 투어 내내 우리 일행은 모두 너무 행복해했다. 선경, 성욱, 순혁, 은주, 희진 6명의 호흡이 좋았다. 

이들과 7월 중순 제주도에서 만나기로 했다. 참 좋은 사람들. 

대장은 선경이었다. 리더십이 탁월했다. 밝고 똘똘하고 아이디어가 풍부했다. 아리엘이 새벽하늘 배경으로 인물을 촬영하는 걸 옆에서 보더니 자기 휴대폰으로 비슷하게 촬영할 정도로 센스가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기업에 다니고 있다. 여행을 좋아해 여러 나라를 다녔다. 성욱은 진짜 멋진 사나이다. 남자로서 사려 깊은 행동 속에 살짝 비치는 거침이 매력적이다. 난 이 친구를 좋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인연을 이어가리라 예상된다. 순혁은 연세대 화학과 졸업반이다. 우리 팀 막내라 귀염둥이로서 누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여자친구밖에 모르는 순정파다. 스페인어와 영어를 잘한다. 은주와 희진은 투어 출발할 때 차량 안에서 처음 만났다. 아주 유쾌하고 사람들이라 금세 친해졌다. 상대방 말을 정성스레 들어주고 공감하고 호응해 준다.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은주는 이번 여행에서 남자친구를 꼭 만들고 가겠다고 결심한다. 투어 다음날 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남자와 데이트까지 하러 나갔다. 데이트 현장을 우리 멤버들에게 들켰지만. ㅋㅋㅋㅋ 희진은 직장에 복귀해야 하는 터라 일찍 헤어져야 했다. 아쉬웠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 귀엽다. 팀 멤버 6명은 7월 중순 제주도에서 만나기로 했다. 한국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다. 

사막의 장고 ㅋㅋㅋ

열차 무덤을 떠나 한참 달리니 눈부신 소금 바다가 펼쳐졌다. 그 소금사막 위로 사륜구형 차량들이 여행객들을 태우고 달렸다. 멀리서 달리는 차량을 보면 하얀 도화지 위를 달리는 미니카 같다. 소금사막에서 물이 솟는 곳에서 잠시 머문 뒤 촬영에 적합한 곳으로 이동했다. 아리엘의 지시에 따라 우리 일행은 소금사막에 누워 별을 만들기도 하고 의자 위에 서서 앉았다 섰다고 하고 공룡 인형 같은 소품을 이용해 온갖 익살스러운 사진을 촬영했다. 아리엘은 개별 독사진도 정성스레 찍었다. 촬영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선경은 자기 카메라로 일행을 따로 촬영했다. 누군가를 찍어주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게 틀림없다. 나머지 일행들도 자기 휴대전화를 꺼내 우유니 소금사막을 촬영했다. 나는 내 캐논 카메라를 아리엘에게 맡기고 우유니 비경을 머릿속에 각인하느라 풍경에 빠졌다. 선글라스를 벗고 보니 세상은  눈부시게 하얗다. 선글라스를 일주일간 벗고 지내면 눈이 멀 것 같은 강한 자외선을 담은 햇빛이 소금사막에 쏟아져 내렸고 소금사막은 그 빛을 고스란히 튕겨내고 있었다.  

소금사막 위에 느닷없이 나타나는 선인장 섬에서 한컷

웃고 떠들고 촬영하고 더없이 행복하게 보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사위에 어둠이 차기 시작하면서 소금바다 지평선은 오렌지 빛으로 물들었다. 스러져가는 햇빛이 산 중턱에 닿자 오렌지 빛은 더 짙어져 갔다. 소금사막은 그 빛을 그대로 반사해 거대한 빛의 은하수를 옆에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비경을 보고 있다 보면 저절로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올 듯싶다. 빛의 은하수를 배경으로 와인잔을 들고 건배했다. 남은 생애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다. 그 추억은 어찌 형언할 수 없는 비경과 함께 한 사람들의 이미지로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드넓은 소금사막, 세상은 하양과 파랑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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