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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Jun 25. 2023

도로 양옆으로 펼쳐지는 절경에 취해 와이오밍 가로지르다

6월 21~23일 데빌스타워와 배드랜드, 예상치 않은 절경

와이오밍 주를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관통했다. 와이오밍은 인구 57만 명에 불과하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다. 면적은 한반도보다 넓다. 옐로우스톤 그랑티톤 나오면 90번 도로 양쪽으로 기대하지 않는 절경이 이어진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달리다 보면 왼쪽으로는 벌판 위에는 탁자 모양의 거대 암석 덩어리들이 평원 위에 부지불식 간에 솟아오른다. 오른쪽으로는 푸른 초원에 침엽수림이 멋지게 솟고 여기저기에 한가롭게 소들이 풀을 뜯는다. 언덕 위에는 동화 속에서 나오는 예쁜 집이 한 채씩 외롭게 서 있다. 옐로우스톤이라는 왕의 외투의 끝 자락에 수놓은 멋진 금수(수놓은 비단)처럼 와이오밍 주 서부는 옐로우스톤과 그랑티톤의 끝자락을 멋지게 장식하고 있다. 

배드랜드 국립공원에서 

데빌스타워와 배드랜드 국립공원에 들르기로 했다. 데빌스타워는 평원 위에 홀로 솟은 화강암 바위 덩어리다. 얼핏 보면 툭 튀어나온 버튼 같고 머리가 잘려나간 버섯처럼 생겼다. 가까이 가면 주상절리 모양으로 줄줄이 금이 간 화강암 덩어리다. 악마의 탑이라고 불릴 만큼 사악한 면은 없다. 그곳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배드랜드 국립공원이 있다. 그랜드캐년의 미니미라고 할까. 더 오래되고 키 낮은 관목들이 계곡 사이를 채우는 것을 빼고는 그랜드캐년의 축소판 같다. 대신 절벽 가까이 접근할 수 있어 그랜드캐년보다는 더 스릴 있다. 낭떠러지 가까운 곳까지 가서 사진을 촬영했다. 동행들에게 우려 섞인 핀잔과 감탄을 동시에 들어야 했다. 

마운트 러시모어

동행 셋이 가장 크게 기대한 곳은 러시모어 마운트다. 와이오밍 주를 벗어나 사우스 다코타 주로 넘어왔다. 마운트 러시모어는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테오도르 루스벨트 대통령 얼굴을 바위 덩어리에 조각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각상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그냥 미국 대통령 얼굴을 바위에 조각했다는 것 말고는 큰 감흥이 없었다. 자연을 깎아 대통령이라는 우상을 새긴 행위나 금강산에 김일성 수령을 찬양하는 글귀를 시뻘겋게 새긴 북한의 짓거리나 무슨 차이가 있겠나. 사람 얼굴을 크게 새겼으니 이색적인가. 자연은 사람 손을 타지 않을 때 가장 아름답다. 와이오밍 중서부에 걸쳐있는 거대 암석 덩어리나 초원처럼. 

평원 위에 홀로 솟은 악마의 탑 

질레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숙소를 정했다. 동행 셋과 함께 보내는 마지막 밤이다. 시설 좋은 곳을 예약해 와인과 맥주를 마시며 여행을 정리했다. 늦게까지 마시고 다음날 늦게 시카고로 출발했다. 시카고에 도착하자마자 헤어지기로 했다. 질레트에서 시카고까지는 쉬지 않고 달렸다. 11시간 넘게 달려 밤늦게 도착했다. 시카고 다운타운에 있는 호스텔에 동행들을 내려주고 나는 오헤어 공항 근처 모텔 6으로 갔다. 동행 3명은 시카고에서 3박 4일 이상 머문다. 각자 흩어져 개별여행한다. 나는 다음날 아침 일찍 로체스터힐을 향해 떠났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나 지난 2년간 소식을 주고받은 친구 브라이언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랜드캐년 미니미 배드랜드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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