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4일(토) 동행과 시카고서 작별하고 혼자 뉴욕행
동행 셋과 시카고에서 헤어지고 혼자 차를 몰고 브라이언 집에 왔다. 시카고 도심에서는 1시간만 보냈다. 주차비가 한 시간에 26달러. 사악하다.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차를 빼서 브라이언이 사는 미시간주 로체스터힐을 향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밤 9시에 도착했다. 브라이언과 그의 아내 진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집에서 만든 수제 햄버거를 허겁지겁 입에 넣고 맥주와 함께 먹었다. 미시간 주 고급 주택가에 있는 브라이언의 저택에는 금요일 저녁을 맞아 이웃들이 모여 있었다. 한 커플과 여성 2명 총 4명이 낯선 여행자에게 여행지 곳곳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다. 모두 호기심이 가득했다.
파타고니아부터 중남미까지 여행담을 한참 떠들었다. 그간 촬영한 사진도 보여주었다. 사진에 감탄했다. 일부는 파타고니아에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브라이언과 진은 내년에 파타고니아에 가겠단다. 이웃들이 떠나고 브라이언과 단둘이 맥주를 마시면서 내년 가을 스페인 카미노 북쪽길을 함께 걷기로 합의했다. 브라이언 막내딸 방에서 잤다. 브라이언은 세 쌍둥이 아빠다. 모두 장성해 대처로 나갔다. 아들은 시애틀에서 살고 딸 둘은 밴쿠버에서 산다. 막내딸은 얼마 전 결혼했다. 그래서 로체스터힐에 있는 큰 저택에는 브라이언 부부만 산다. 브라이언은 로체스터에서 30년 넘게 살았다. 정원은 운동장만큼 넓고 2층 집에는 방이 엄청 많았다. 거실 면적도 엄청 넓다. 브라이언이 이리 부자라니.
다음날 브라이언이 나를 차에 태우고 로체스터힐 주택가를 일일이 소개했다. 차 타고 돌았는데 30분 넘게 걸릴 정도로 넓었다. 옛날 닷지 일가가 소유한 농장을 고급주택가로 개발했는데 미국 3대 자동차 업체 임원들이나 협력업체 사장들이 모여 살고 있다. 동네에 흑인이 한 명도 살지 않고 오로지 백인만 산다고 한다. 넓은 녹지와 숲이 주택가를 가득 메우고 있어 아주 쾌적하다. 주민들이 협의해 담을 세우지 않았다. 그냥 잔디와 나무가 넓은 초원에 펼쳐지고 그 속에 멋진 집들이 나란히 들어섰다. 로체스터힐에만 골프장이 10곳 넘게 있다. 옆 마을과 연결된 산책로는 20km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산책 나왔거나 웃통 벗고 뛰는 주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갖가지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동네 안에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브라이언은 3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았지만 흑인이나 아시아인이 한 명도 살지 않는 곳이라 찜찜하다고 한다. 이곳 주민들이 유색인종의 전입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브라이언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최근에 만난 가장 친한 친구가 동북아시아에서 온 나고 가장 예뻐하는 막내딸의 남편, 막내 사위도 중국계 캐나다인이다. 30분 넘게 미시간 주 고급 주택가를 돌아본 뒤 집으로 돌아왔다.
브라이언과 진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펜실베이니아를 향해 떠났다. 뉴욕에 들어가기 전 중간 기착지로 펜실베이니아를 택했다. 한때 가고 싶었던 유펜 와튼스쿨이 있는 곳이다. 뉴욕까지는 3시간 떨어져 있다. 저녁 9시 도착해 을씨년스러운 모텔 6에 묵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떠나고 싶은 곳이다. 프런트 데스크에서 일하는 흑인 직원이 낯선 동양인 투숙객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살피더니 디파짓으로 50달러를 내놓으라고 한다. 체크아웃할 때 돌려주겠단다. 모텔 6에 묵으면서 보증금을 내라니. 어이상실이다. 그간 차별을 당하다 보니 차별에 익숙하나 보다. 흑인이라고 차별당하다 보니 나쁜 버릇이 든 것이다. 재수 없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