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비엔티안서 만난 고교 동창의 가르침

중동고 79회 윤재욱 회장 "손해 보고 살아야 성공한다"

by 이철현

2박3일 함께 지낸 지인을 아침 일찍 보내고 라오스 비엔티안 도심을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걸었다. 사흘만에 맛보는 홀가분함 덕인지 짊어진 배낭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루 행본 거리를 한참 걷다보니 한국어 간판이 걸린 음식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오전 11시를 갓 지난 터라 시장하지 않았다. 쌀국수 집 펍셉에서 먹은 것 쌀국수가 든든했다.


대장금이라는 간판이 크게 붙여진 한식당을 지나다 출입문 위에 붙여진 간판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재 라오스 중동 중고등학교 총동문회’


중동고 출신이다보니 반갑기도 하고 어이도 없고 해서 간판을 한참 쳐다봤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머리 숱이 적고 배가 나온 한국인 중년 남성이 “어서오세요”라고 인사했다. 겉모습과 목소리로 판단컨대 선배였다. “저는 중동고 79회 이철현입니다.” 최대한 겸손한 목소리로 기수를 밝혔다. 자칫 잘못 말했다가는 바닥에 머리 박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런데 대장금 주인장이 건넨 답에 적쟎이 당황해야 했다.

비엔티엔대장금.jpg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한식당 대장금

“야! 나도 79회야. 윤재욱. 너 3학년일 때 몇반이었어?” 헉! 재욱이는 나를 환한 웃음으로 반겼다. 손을 잡고 가게를 나와 생과일 주스를 만드는 노점에서 패션후르츠 주스와 라오스 커피를 시켰다. 어색하게 존댓말하는 나에게 “동기끼리 무슨 존대냐”며 핀잔을 주고 바로 10년 지기를 만난냥 말을 놓았다.


그는 14년 전 라오스에 정착했다. 낯선 땅에서 얼마나 고생했겠나싶다. 지금은 한식당 대장금 2개, 안마시술소 1개, 무역회사 1개를 경영한다. 이쯤되면 라오스에서 꽤 성공한 비즈니스맨이다. 한인무역협회 비엔티안 지부장도 맡고 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공부 못해 국어 선생님에게 무시당한 기억을 가진 그였다.


머나먼 타국에서 제법 부를 이룬 비결을 물었다. “별거 아니야. 좀 손해보면 돼. 손해보더라도 베풀고 사람 마음을 얻으려고 하다보니 대단하지 않지만 이만큼 자리 잡았어.” 난 서울서 행여나 손해보지 않을까 강퍅하게 살았는데. ㅠㅠ


한식당 대장금 가게 옆에는 라오스 현지인이 운영하는 쌀국수집이 있다. 그곳 주인은 행상이었다. 손수레에다 솥을 걸고 길거리에서 쌀국수를 말아 팔았다. 유재욱 사장은 그에게 돈을 빌려 주고 가게를 열 기회를 주었다. 가게는 성공했다. “초기에 함께 고생했던 친구였어. 라오스에서는 베푸는만큼 보답이 와. 우리 가게에 일이 생기면 이 친구가 가장 먼저 내게 알려줘.”

윤재욱 회장.jpg 윤재욱 라오스 비엔티엔 한인무역회장(오른쪽)

재욱이는 패션후르츠와 커피를 파는 라오스 자매에게 유창한 라오스어로 인사를 건넸다. 그 자매 얼굴에 있는 미소와 재욱의 미소는 닮았다. 여유와 넉넉함에 담긴 미소.


친구는 점심상을 푸짐하게 차려 생전 처음 본 고등학교 동창을 배불리 먹였다. 밥값을 내려 했지만 거듭 사양해 본의 아니게 무전취식 했다. 서울 들어오면 보자고 약속하고 식당을 나오는 나에게 라오스 건강식품이라는 검은 생강 말린 것을 1kg이나 안겨 주었다. 그리고 재욱이는 웃었다. 아까 생과일주스 노점에서 보인 그 미소를 얼굴에 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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