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의 천년 걸작, 앙코르 유적지 가다

앙코르툼, 타프롬, 앙코르와트 등

by 이철현


앙코르와트가 앙코르 유적지의 전부가 아니다. 앙코르와트는 사원 하나에 불과하다. 앙코르 유적지에는 앙코르툼과 타프롬을 비롯해 수 많은 사원이 있다. 규모가 크고 덜 훼손되다보니 앙코르와트가 유명하다. 개인적으로는 앙코르툼 내 바이욘 사원과 타프롬 사원이 훨씬 매력적이다. 바이욘 사원은 연꽃 모양의 37개 탑 사면에 자야바르만7세 얼굴을 조각해 독특한 비경을 만들어낸다. 타프롬은 자연과 인간이 합작해 비인간의 경관을 연출한다.


앙코르 유적지는 수백년만에 발견됐다. 9~13세기 앙코르 왕국 수도였다가 14세기 아유타야 왕국 침략으로 앙코르 왕국이 멸망한 뒤로 잊혀졌다가 프랑스 탐사팀이 캄보디아인 사이에 떠도는 소문을 듣고 찾아냈다. 앙드레 말로를 비롯해 일부 몰지각한 프랑스인이 앙코르 유물을 훔쳐가려했으나 불발에 그친 덕에 이집트 유적 유물과 달리 앙코르 유적은 반출되지 않고 보존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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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로 바이욘 사원

수백년간 인간 손에 닿지 않는 유적지는 자연의 손에 재창조됐다. 인간이 버린 석조 건물은 원숭이들이 차지했다. 스퐁나무를 비롯해 억척스러운 뿌리는 가진 나무들은 석조건물을 이루는 돌을 비집고 자리를 잡더니 석조건물을 타고 올라 수십미터씩 자랐다. 스퐁 나무들은 석조 건축물 곳곳에 균열을 일으켜 무너뜨렸다. 제법 크게 자란 나무는 힌두 신화에 나오는 성스러운 뱀 나가를 떠올릴 정도로 바닥과 돌담 위에 드리운다. 인조 건축물이 수백년간 나무들과 엉켜 만들어낸 경관은 절묘하고 경외롭다.


1000년 건축물이 뿜어내는 기운은 교교하다. 인간이 만들어낸 경관인가 감탄하다가 자연과 엉켜 뒤틀어진 건축물이 튀어 나오면 할말 잃고 멍하니 그 자리에서 지켜보곤 한다. 함께 다니는 일본 대학생 토모나 가즈는 “스고이”를 연발한다. 벽면에 새겨진 부조나 조각품은 묘사가 아주 세밀하고 정교해 그림만 봐도 스토리를 가늠할 수 있다. 곳곳에 새겨진 천상의 댄서 압사라 부조는 관능적이다. 4개 내지 8개 팔을 휘두르는 비시누 신상은 절서의 수호자답게 단호하면서도 평온한 포스를 방출한다.


다만 세월의 힘에 인류의 보물이 차츰 무너져가는게 안타깝다. 인도를 비롯해 일부 나라가 협력해 일부 사원에서 복원작업을 벌이고 있으니 역부족이다. 언제가 앙코르 유적지를 아예 닫아걸고 본격적으로 복원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천년 전 인간이 세운 뒤 방치한 건축물을 수백년간 자연이 가꾼 유적지에서 깊은 한숨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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