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2일(토) 12 코스: 무릉 - 용수 올레
12 코스는 12km 쯤 닿을 때까지 볼게 없다. 초반부 녹남봉에 올라 바다를 굽어보는 거 말고는 감흥이 없었다. 그새 제주 풍경이 익숙해진 탓일까. 도착지까지 5km 남짓 남기고 경치는 일변했다. 수월봉에 올라 차귀도를 바라보는 풍경은 기가 막혔다.
낭떠러지 단애 위에서 손에 잡힐 듯 2개 섬으로 퍼진 차귀도를 바라보면서 바다에 가까이 연한 수월 지오트레일을 걷는 기분이란. 트레일 따라 펼쳐진 암벽은 얇게 하나씩 쌓인 것처럼 가로로 긴 선들을 겹쳐서 길게 이어졌다. 오랜 시간 성분을 달리하는 암석층이 얇게 쌓이면서 압축되는 과정에서 자로 선을 그은 듯 층을 만들어냈으리라.
암벽 층들이 만든 선을 따라 걷다보면 왼쪽으로 차귀도가 눈앞에 다가왔다. 방파제에서 수영으로 건널 수 있을 거리까지 가까워진다. 그러다 해변에서 벗어나 당산봉에 오르자 풍경은 클라이막스로 치달았다. 과거 뱀을 섬기는 사당이 있다고 해서 당산봉으로 이름 지어진 오름의 해안 쪽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출렁이는 바다가 목까지 차오른다. 차귀도 사이에서 태양은 붉게 저물고 바다는 차가운 파랑으로 일렁이며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코스 12에서는 이것만 봐도 된다. 코스 3분의 2를 단조롭고 재미없게 걸어온 것에 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