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 항 근처서 무릉외갓집까지 총 17.3km 걷는 코스다. 도착지 무릉외갓집은 제주도산 곡류, 과일, 전통 과자 등을 파는 상점 겸 카페다. 이 카페에서 보리 미숫가루 한 잔과 뻥튀기 과자를 먹었다. 제주도산 검은 보리도 2팩을 샀다. 제주도 보리는 맛이 기가 막히다. 보리 특유의 누린내가 없고 거칠지 않아 풋고추나 상추 쌈에 고추장이나 된장 넣어 먹으면 기가 막히다.
11코스 하이라이트는 신평 곡자왈이다
출발지 모슬포 포구 근처 식당에서 보리밥 정식을 먹었는데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딱 내 입맛 저격이었다. 보리밥에 각종 나물과 생채가 비빔밥 사발에 담겨 나오고 고등어 자반, 흑돼지 제육, 상추와 풋고추, 열무김치가 반찬으로 상을 채웠다. 후식으로 누룽지탕까지. 보리밥 2그릇을 깨끗이 비워 속을 든든히 채운 뒤 출발했다.
제주 올레길에서 가장 보기 싫은 게 무덤이다. 해안, 마을, 산 길을 가리지 않고 가는 곳마다 느닷없이 무덤이 튀어 나온다. 특히 11 코스는 무덤 투성이다. 출발과 함께 거의 10km까지는 곳곳에 무덤이 줄을 잇는다. 혹시나 11 코스를 반대로 돌아 해질 무렵 공동묘지에 도착하면 곤란할 듯하다. 겁 많은 여성분들은 정코스로 돌라고 권유하고 싶다.
띠밭 따라 걷는 길이 가장 따뜻했다.
그나마 모슬봉에 올랐을 때 시야가 탁 트이고 제주 남서부 해안과 제주 내륙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왼쪽으로는 산방산이 멀리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형제섬이 수줍게 숨듯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혼이라는게 있다면 이곳에 묻힌 이들은 복이 많다. 무덤일지라도 제주 남쪽 바다에 떠 있는 산방산과 형제섬을 바라볼 수 있으니.
모슬봉에서 바라다본 산방산
11 코스에서 하이라이트는 신평 곶자왈이다. 곶자알은 제주 토속어로 나무와 덩굴이 뒤엉킨 숲을 뜻한다. 신평 곶자왈에 들어서면 나무와 덩굴로 뒤덮혀 햇빛마저 차단된 아늑한 숲이 나오는가 하면 밝고 따뜻한 누런 색의 띠밭이 숨어있다가 툭 나타난다. 띠밭은 제주어로 새왓이라고 한다. 옛날 지붕 재료로 쓰는 띠를 기르는 곳으로 11월에 채취해 2월에 지붕을 이었다고 한다. 봄이면 학교 소풍 장소로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곶자왈은 아주 깊어 이곳을 빠져나오는데 1시간 이상 걸렸다. 11 코스에서 다른 곳은 지나쳐도 곶자왈은 느긋하게 즐기며 걸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