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0일(목) 21 코스: 하도 - 종달 올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방을 청소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먹고 자느라 쓰레기가 방 여기저기서 나돌고 빨래거리도 한가득이었다. 빈병, 플라스틱, 종이 등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 수거해 버리고 빨래는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세탁기가 내는 요란한 소리를 뒤로 하고 숙소를 나왔다. 제주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와서 111번 급행버스를 갈아타고 전날 20 코스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늘은 제주 올레길 마지막 길 21 코스를 걷는 날이다. 이번 걷기가 끝나면 1~10 코스와 17~21 코스를 완주한다. 그러면 완주까지 11~16 코스와 섬 코스 3개가 남는다.
코스 21은 11.3km에 불과하다. 다른 코스와 비교해 대략 6~8km 짧다보니 오후 1시30분 출발지 제주해녀박물관에서 출발했지만 해가 지기 전에 종착지 종달바당에 도착했다. 마을 길, 해변, 오름을 두루 걷는 코스였다. 짧지만 제주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작지만 모래사장이 그럴싸한 하도해수욕장도 있고 문주란 자생지라는 귀여운 토끼섬도 지척에서 볼 수 있다. 목적지 다 와서는 지미봉이라는 오름이 있는데 정상까지 가파라 오르기 만만치 않다.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지 않거나 무릎이 시원치 않은 이는 오르지 말고 둘레길로 우회하길 권유한다. 그만큼 만만치 않다. 하루 2~3시간 꾸준히 운동하는 나도 튼튼한 등산화를 신고 스틱을 양손에 쥐고 오르는데 정상 근처에서는 호흡이 거칠어질 정도로 만만치 않다.
21 코스 하이라이트는 지미봉이다. 종달바당을 앞두고 솟은 지미봉 정상에 오르면 눈 앞 가까이 우도가 다가오고 손 뻗으면 잡을 거리에 성산일출봉이 자리한다. 우도와 성산일출봉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오름이리라. 하얀 구름에 덧칠한 푸른 하늘에 시푸른 바다가 깔리고 그 위에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동화 삽화처럼 떠 있다. 그 앞으로는 감자밭과 당근밭이 검은 현무암 돌담으로 구분되어 푸르게 펼쳐지고 지미봉 전망대 앞에는 누런 갈대 숲이 출렁인다.
지미봉에 못미쳐 철새 도래지가 있다. 철새가 몰려드는 호숫가에는 갈대밭이 호수를 두르고 있다. 갈대밭 앞에 자리한 벤치에서 갈대밭 너머로 솟은 지미봉을 바라보는 경치란 그럴싸했다. 벤치에 앉아 멍하니 철새 오가는 모습과 호수 너머로 솟은 지미봉을 한참을 바라 보았다. 이내 정신 차리고 그곳을 빠져나오다 벼락 같은 호통 소리에 깜짝 놀랐다. 경비 아저씨가 빨리 나오라고 난리다. 지금 제주도 철새도래지는 출입금지 안내문과 함께 쇠사슬로 출입구를 막았다. 조류독감 방역을 위해 철새도래지 접근 막고 있고 도로에는 소독차가 돌아다니며 소독액을 길거리에 뿌리고 있었다. 올레길을 걷다가 경치에 빠져 옆 모래둔덕을 넘어 들어가느라 출입금지 표지판을 보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조류독감 바이러스까지. 이놈의 바이러스 탓에 인간 삶이 고달프다.
제주도에서는 하루 4명까지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나와 비상이다. 보통 2~3일에 한명꼴로 나왔는데 요며칠 신규 확진자가 치솟아 드디어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 수도권과 비교하면 적지만 제주도민들은 수도권보다 더 코로나 감염을 무서워한다. 버스 기사들은 승객이 탑승 과정에서 마스크가 흘러 내려 잠시 벗어지기라도 하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빨리 마스크를 제대로 쓸 것을 요구한다. 길거리에서도 거의 모든 시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가 하면 미용실은 제주도민이 아니라 여행객 손님은 받지 않는다.
참, 제주도 버스 기사는 악명 높다. 버스를 아주 거칠게 운전하고 아주 불친절하다. 버스가 갑자기 서거나 출발하는 바람에 내리기 위해 일어서다 앞으로 고꾸라질 뻔하기도 하고 자리에 앉아 있어도 하도 불안할 정도로 몸이 앞뒤로 흔들린다. 목적지를 묻기도 무섭고 내리는 곳을 착각해 벨을 일찍 누르기라도 하면 눈을 부라린다. 그에 비하면 서울 버스 기사들은 천사다. 서울 가서는 버스 기사 분들에게 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