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학이 존재하는 어느 지점
"시절과 기분" - 김봉곤 저
딱 두 가지의 이유로 이 책을 소개받았다. 첫 번째는 소설의 배경이 우리가 나고 자란 바로 그곳인 데다가 작가가 우리와 동갑이라 읽으면 정말로 그 시절에 우리가 다녔던 곳, 먹고 즐기고 거닐었던 우리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두 번째는 책이 그저 너무 예쁘다는 것. 그렇게 집어 든 단편소설집의 첫 번째 소설을 읽고서, 나는 심지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이 사람, 내가 아는 사람 아니야? 아니, 백번 양보하더라도 나와 내 친구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이 작가와 우리는 무조건 한 번은 마주쳤던 사람이다.라고.
자신의 기억과 현실의 지명, 상호 등을 쓰는 것을 즐긴다고 스스로 밝힌 작가의 인터뷰를 읽었다. 그래. 이 정도면 그냥 복기지. 혹은 기록. 너무나 사실적인 배경 위로 너무나 있었을 법한 이야기가 너무나 잘 읽히는 리듬의 문장들로 펼쳐져 있다. 그렇지만 그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흡입력 있었던 이유는 또 하나, 그 스스로 밝힌 퀴어문학의 장르이기 때문이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 뒤로 그 글을 써내고 세상에 내보내기까지의 작가의 고뇌가 느껴진다. 그리고 한편, 글을 쓰는 내가 무서웠다. 결국 글이라는 것은 이렇게나, 이다지도 솔직해야만 하는 것임을 확인하는 것 같아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나는 세상에 내놓을 자신이 있는가.
언젠가 무심하게 내 사주를 봐주던 누군가는 나의 사주엔 물이 너무나 많아 그 물을 내보내지 못하고는 살지 못할 것이라 했다. 어떻게든 표현하고 분출하고 뱉어내야 된다고 했거늘. 작가의 인터뷰 말미에 읽었던 문장이 마음에 남는다. 표현할 수만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던 마음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끊임없이 쓸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 반, 이것을 세상에 내어놓기까지의 괴로움이 또 반이었다고. 그런 의미에서 그는 큰 산을 넘었을 테다. 홀로 읊조리는 표현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것. 작가의 숙명을 그는 받아들인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