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을 앓을 때

by 시선siseon

1. 우울의 이유 #1


엄마를 만나러 왔다. 엄마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루 종일 했는데, 정작 전화도 한통 안 해본 건 나 자신 이면서 집에 오니 없는 엄마를 탓했다. 그 시간 동안 쉬어야 하는 몸뚱이를 외면하고 끝끝내 드라마나 본 것도 나 자신이면서 드라마의 감정선에 옮아 또 이리도 우울하다. 기다리라고 한 것도 아닌데 기다리는 척 사실은 최대한 혼자인 시간을 확보한다고 늦게까지 있었던 것도 나인데, 더 안 기다렸냐는 엄마 말에 짜증이 불툭 솟아 심통도 댓발 부렸다.


2. 우울의 이유 #2


글을 쓴다는 일이 참 신비하다. 글을 매일 쓰겠다고 다짐한 이후로 밤 9시 글쓰기 알람이 울릴 때마다 약간의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것을 이겨내고 글을 쓰는 때와 끝끝내 외면해 버리는 날이 비율로 치자면 반반쯤 된다. 하루 쓰고 하루 안 쓰고 이런 게 아니라 한 삼일 잘 쓰다가 한번 안 쓰기 시작하면 한 삼일 한 글자도 쓰지 않는 거다. 그런데 그렇게 글쓰기를 미뤄둔 삼일의 대가가.. 반드시 온다. 바로 지금이다. 우울의 이유를 알 수 없게 우울을 앓는 것이다. 이건 마치 일상으로부터 독소가 쌓이는 것 같은 기분인데, 딱히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나의 영혼은 균열을 일으킨다. 그래서 매일 글을 쓰는 행위가 이것을 해소시켜주기라도 하는 듯이 연거푸 글을 쓸 때는 앓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을 이렇게 앓는다. 견디다 견디다 글을 써보면 알게 된다. 이것이 해결책이었음을. 그저 주절거리는 몇 자 일 뿐인데 글쓰기란.. 참 놀랍다.


3. 우울의 이유 #3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글쓰기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새롭게 배운다는 것은, 특히나 혼자 해내야 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요한다. 부담과 압박이 가슴을 짓누른다. 하지만 아직은 배워야 할 것이 주어졌다는 상황에 감사하자. 한걸음 또 한걸음, 걷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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