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을 잘한다'의 기준?

by 시선siseon

집안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무언가 정의하기 어렵다. 깔끔하냐고? 지저분하냐고? 정리를 잘하냐고? 모든 것이 예스 이자 노 이다. 어느 쪽이라 대답하기에는 변수가 많다. 정리되어있는 것을 좋아하고, 정리가 안되어 있는 공간에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먼지가 쌓여있는 것을 보고 그냥 넘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위생적이지 못하거나 먼지가 쌓인 것이 매번 '인지'되지는 않으며, 더러움과 깨끗함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한다. 그래. 이것이 첫 번째 변수이다. 최근에 느낀 것이지만 정말 깔끔한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제법, 헉했다. 아 저런 것 까지도 더러울 수 있구나. 지저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구나. 예를 들면, 우리 시어머니는 택배 박스는 더러운 것 묻었다고 집에도 들이지 않는다. 생각 없이 기쁜 마음으로 박스째 덜컥 집에 들고 들어왔다가 문전박대 - 박스는 밖에 내놓고 들어와라 - 를 몇 번 당했는지. 컵도 사람마다 다 따로 쓰고 설거지할 때도 담은 음식에 따라 모두 분류해서 씻는다. 밖에서 들어오자마자 모든 옷을 다 벗고 손발을 씻지 않으면 더럽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어머니 눈에 집에 오면 일단 좀 앉아서 쉬어야 하는 내가 깔끔해 보이지는 않을 테다. 이런 것들이 내 인지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어쨌든, 나는 내 기준으로 정리가 되지 않은 것들, 깨끗하지 않은 것들을 '인지'하면 나름 못 견뎌한다. 화장실의 곰팡이, 가스레인지 상판의 기름때, 청소기와 물걸레의 사각지대에 있는 먼지들, 아래가 보이지 않게 쌓인 옷 등. 그래서 정리를 시작하거나 청소를 시작하면 대충은 안한다. 누구를 시켜서 대충 하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 내가 거슬리지 않을 때까지 내가 한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하고 나면 소위 '뼈가 부서지는' 느낌이다. 할 때만큼은 몸 생각하지 않고 죽을 듯이 한단 말이다. 그래서 늘 하고 나면 아니, 꼭 한 번에 이렇게까지 할 건 뭐냐며 욱신욱신한 근육들을 부여잡고 후회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그래서 이것이 또 다른 변수가 된다.


두 번째 변수, 체력이다. 아무리 거슬리고 어떠한 들, 무언가 시도할만한 컨디션과 여력이 안된다 싶으면 그래서 곧 모두 놓는다. 주말부부인 나는 내 집에 주말에만 갈 때가 있다. 그 주말, 2박 3일 머무를 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거슬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당장, 내 시간과 내 주말, 내 휴식이 그보다 우선한다. 시작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뻔히 알기에 그 짧은 시간에 '집안일'을 함부로 끼워 넣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나면 정리도, 청소도 부산스레 하지 않는 나를 보고 집안일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할까. 지저분한 사람이라고 할까.


이렇든 저렇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정리와 청소를 필두로 하는 집안일을 해내는 것은 정말로 늘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밥벌이로 직장 생활하는 것과 집안일을 꼽으라 하면 나는 늘, 여지없이 직장생활을 꼽았다. 그래서 또한 집안일을 하는 것이 최소한 대졸 기준 초봉 수준은 연간 충분히 받아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사회에서 무급으로도 가능한 일이라고 취급되는 순간, 그 사회가 그 가치판단으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는 매우 클 것이라고.. 그러기에 집안일과 그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지금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하튼 집안일,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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