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대한 단상

by 시선siseon

하나. 소설가란 무엇인가.


영화의 첫머리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가는 끊임없는 상상력과 샘솟는 창의력으로 글을 쓴다고 착각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사실은, 소설가의 주위의 사람들과 상황이 끊임없이, 그에게 소재를 주는 것이고, 소설가는 그저 그것을 옮길 뿐이라고.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소설가는 못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왜냐? 그 말인즉슨, 소설가의 제1의 미덕은 바로 '훌륭한 청자'라는 것 아닌가. 내가 아닌 타인, 다른 대상에 대해 소설만큼의 거대한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로 이어질 때까지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수집하고, 듣고,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것. 그중에서도 으뜸이자 시작인 일, 듣는 것. 내가 나 스스로에게 가장 없는 재능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타인의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들어주는 것. 아니다. 그렇다고 타인의 상황이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알게 되고, 듣게 되면 공감하는 능력은 분명 탁월할 진대, 긴 호흡으로 내가 아닌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어렵다는 것. 이 부분은 나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계속 생각해보고 싶다.


둘. 가장 중요한 것 외에 아무것도 더하지 않는다는 것.


물론 내가 영화, 혹은 영상에 대한 지식이 짧아 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앵글은 매우 독특하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에 꼭 필요한 피사체 외에는 어떤 것도 넣지 않는 방식. 그래서 정확히 주인공인 피사체와 그 배경이 심플한 화면 구성 안에서 완벽히 (주로 색으로) 대비되는 방식. 어떻게 저렇게 모든 앵글을 잡았을까 싶지만, 한편 저것이 훨씬 간단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화면의 대비, 색의 대비는 다른 감각과 재능이라 차치하더라도 꼭 필요한 것 외에 아무것도 넣지 않는, 어쩌면 극단적인 '줌 인'의 방식. 그 심플함이 오히려 수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일반적인 영상에 절대 뒤지지 않는 임팩트를 전달한다는 점.


이렇게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영화가 좋다.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 뒤늦게 만났으나 그 여운이 오래오래 남을 것 같은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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