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남보다 못하다는 말에 대하여

by 시선siseon

우리 옛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가족이 남보다 못하다고. 이 말은 그러니까 가족이 남보다 낫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가족. 그리고 남. 이렇게 구분하자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관계가 이렇게 둘로 나눠진다. 피를 나눈 사이와 그렇지 않은 사이. 그리고 피를 나눈 사이는 그렇지 않은 사이보다 '당연히' 낫다는 것이 마치 이치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뭐? 무엇이 더 낫다는 것인가.


피를 나눈 사이라서, 가족이 남과는 달리 나에게 더 낫게 대해주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그 전제가 가지고 오는 관계의 폐단이란. 어쩌면 모든 가족 간의 불화는 여기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남에게 기대하지 않는 것을 가족에게 기대하고, 남이라서 조심하는 것을 가족이라서 조심하지 않는다. 나의 부족함도, 못남도 가족에게만큼은 감추거나 숨길 필요가 없다고, 오히려 당연히 받아주고 이해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심지어 이것은 쌍방으로 일어난다. 아주 어릴 때나 부모로부터의 일방적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커가면서 서로에게 가지는 이런 이기적인 전제는 부모와 자식, 형제, 자매를 막론하고 양방향으로 일어난다.


이런 기대가 서로 생기는 것은 또한 가족이라는 그 관계의 연이 남들과의 관계처럼 쉽게 끊어지는 것이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은 마치 연애관계에 있던 남녀가 결혼을 하면서 바뀌는 양상과도 같은 것인데, 관계가 아무리 파국으로 치달아도 쉬이 끊어질 수 없는 관계에서 그 파국이 어디까지인지 가늠해 보는 일은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 그런데 심지어 태어나면서부터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 선택할 수 조차 없었던 관계인데 지속기간이 무려 내가 눈감는 그 순간까지인 인연이라니, 이보다 더 복불복스럽고 잔인한 관계가 어디 있단 말인가. 가족 구성원 모두가 나와 같은 성향이거나 천생연분 마냥 합이 맞아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 확률을 생각하면, 차라리 가족 구성원 모두가 완벽하게 나와 성향이 다르고 서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척점에 있을 확률이 오히려 훨씬 큰 것이 순리에 가까워 보인다. 심지어 나이가 들어 타인과는 성향에 따라 다양한 인간관계를 다룰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매우 높다 하더라도, 그러한 능력이 갖추어지기 오래전부터 관계를 맺어온 가족과 애초부터 성숙한 모습으로 잘 지내기는 너무나 어려운 것이 아닐까.


그러니 오히려 전제를 뒤집는 것이 더욱 쉬워 보인다. 가족이 남보다 못하다는 말은 오히려, 남 같이만 지내면 가족과도 잘 지낼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남들한테 대하듯이, 그리고 남들에게 기대하듯이 가족을 대하고 가족에 대한 기대치를 가지는 것이 가족과도 잘 지낼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것은 아닐까. 물론 가족을 남같이 대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는 '도리'라는 피해 갈 수 없는 장벽이 또 하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족을 남같이 대하되 할 수 있는 도리는 다한다라.. 이것은 마치 풀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복잡한 퍼즐 같다. 하지만 둘 다를 걱정하기 전에 우선 하나부터. 가족에게 '남에게 기대하는 것 이상을 기대'하는 그 기대치를 낮추는 것부터 시작하면 그 퍼즐을 풀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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