쯧쯧쯧, 잔걱정이 많아서 큰일이다.
엄마가 나를 보고 혀를 끌끌 차댄다. 그러게나. 잔걱정이 참 많다. 잔 걱정은 그러니까 내 입장에서는 신경 쓰는 일이 많다는 거다. 누가 어떤 말을 했고, 어떤 일이 벌어졌고 등 어떤 상황이나 관계에 대한 사건 하나하나를 자꾸 곱씹어 생각한다는 거다. 그걸 굳이 곱씹겠다고 의도하는 바가 아닌데, 그냥 생각이 난다. 왜일까. 꼭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웃기고, 즐거운 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이건 엄마와 내가 완전하게 똑같은 부분 중 하나라는 거다. 예를 들면, 어제 엄마가 갑자기 물었다. 지난주에 왜 내가 네 언니한테 돈을 200만 원이나 붙였지?! 영문을 모르는 나는 모르겠는데? 했다. 엄마는 아무리 봐도 잔고가 줄은 확실한 이체인데, 기억이 안 난다는 거다. 뭐가 있었지를 같이 고민하던 나는 이따 언니 만나니까 물어봐~ 했다.
그리고 언니를 만났다. 언니도 영문을 몰랐다. 자기는 받은 일이 없다고. 송금내역에는 이름 한 글자가 마스킹 처리가 되어 있었는데, 그게 하필 언니와 내 이름에서 딱 한 글자 다른 그 글자였다. 언니가 도저히 아니라고 하니 그럼 네가 아니냐고 했다. 그제야 나도 통장 내역을 뒤졌다. 에잉? 엄마, 나 엄마한테 200 받았는데?! 왜지?!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3초 후도 아니고, 한 1분이 지나서야 내가 깨달았다. 엄마, 내가 현금 들고 있던 거 입금하기 어렵다고 엄마 줬잖아! 아, 맞네!! 그렇다. 입금할 곳을 찾는다며 현금을 들고 다니는 나를 보고 엄마는 자기를 달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무려 실물 현금을 주고받고, 엄마는 받자마자 나에게 그 돈을 입금해줬다. 그리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우리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은 것이다!
생각할수록 웃겼다. 깨달은 순간에도 기가 차서 한참을 웃었는데, 그러고 다른 일을 하다가 엄마가 문득 말했다. 어째 그런 걸 까먹었니, 하고 우리는 같이 웃었다. 그리고 다음날, 또 내가 말했다. 아니 우리 현금을 주고받아놓고 그렇게 까먹을 일이야? 하고 또 웃었다. 그러니까 이런 식인 거다. 과거에 있었던 일이 자꾸만 머릿속에 재생되고, 그걸 또 웃는다. 그걸 엄마도 한번, 나도 한번 자꾸만 언급하는 거다.
좋은 일이면 이렇게 좋으련만, 사실은 부정적인 일 경우가 더 많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 하다 못해 걸려온 전화에 대한 응대, 어디 들렀다 온 동선, 모든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늘 '가지 않은 길'이 떠오르는 법. 이랬어야 하나? 저랬어야 하나? 곱씹는 마음에는 늘 후회가 함께하기 마련이다. 후회는 곧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의지로 이어지고, 이 모든 과정을 퉁쳐 "잔걱정"이라는 말로 부른다.
잔걱정. 걱정과 후회로 가득 찰 바엔 텅 빈 머리가 더 좋지 않을까. 텅 빈 머리, 고요한 마음과 평화를 위해 좀 더 심플해지는 법을 배워야지. 과거가 아닌,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