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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siseon Feb 12. 2022

'~리단길'의 새로움은 어디에서 온 것이었을까.

'~리단길'의 새로움은 어디에서 온 것이었을까. 


시작은 이태원 뒷길, 경리단길이었다. 주목받지 못하던 공간이었고, 거기에 이태원 특유의 이국적인 음식점들이 생겨나면서 순식간에 주목받기 시작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전국 곳곳에 '리단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리단길은 이제 와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불린다. 도시재생사업은 원래 낙후된 주거지역의 환경과 인프라를 개선하는 사업이지만, 이제와 주거지역 및 상업지역을 불문하고 낙후된 곳에 예산을 투입해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머물도록 하는 사업을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이 접근법에는 무언가 어색한 점이 있다. 먼저, 리단길을 채우는 가게들은 보통 10대부터 30대 정도를 타깃으로 하는, 역시나 20대에서 30대 정도 나이의 젊은 층이 운영하는 가게들이 대다수다. 파스타, 스테이크 집, 소품샵, 카페, 맥주나 와인을 파는 펍, 바 등 그래서 업종도, 나오는 음식들도 모두 기성세대의 선호가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그런 소위 10대에서 30대의 취향에는 일관성이 존재한다. 소위 '인스타'형 가게들인데,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인스타'에 올라갈 만한 비주얼의 음식, 인테리어에 대한 투자가 상당하다. 실제로 이 타겟층은 갈 곳을 찾을 때 인스타,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얻기 때문에 그런 요소에 충분히 투자를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심지어 간판도 생략된 가게들, 그래서 지나가다 눈에 띄어 들어가기는 힘든 곳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이런 취향이 반영된 곳들이 똑같이 복사+붙여넣기 되어 전국에 확산되는 형태가 소위 '리단길'의 문화다. 지역적인 특색을 굳이 반영한다는 등의 독특함보다는 인스타형의 보편적인 취향을 경험할 수 있는 가게들이 밀집되는 것이다. 


어제 태어나 처음 가는 문래동을 갔다가도 와본 것 같은 기시감을 느낀것도 바로 이런 이유였을 테다. 어찌 되었든 문래동은 사람들이 몰리는 신도림과 가깝고, 그렇지만 가게를 임대하기에는 주요 상권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했을 것이다. 리단길 문화의 복사+붙여넣기가 매우 잘 적용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기계공장들의 소음을 뚫고 파스타집과 카페, 펍, 소품샵들이 옹기종기 모여든 공간. 젊은 사장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즐비한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나처럼 전국을 떠도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 자신의 생활권에 세련되고 깔끔한 젊은 취향의 공간들이 들어오는 것이 딱히 문제 될 것은 없다. 그것은 소위 '평생직장'이 불가능한 현 젊은 세대의 최선 중 하나일지 모르고, 실제로 낙후된 공간을 재생시키기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 한 단시간의 변화를 기대하기에 그만한 방법이 또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처음 리단길 문화가 나타났을 때의 새로움은 무엇이었나. 전국에 10개도 넘는 아류작을 탄생시킬 만큼 리단길이 가졌던 문화적 파장은 그 중 일부 특성 만이 '복사+붙여넣기'로 재생산되었을 뿐, 무언가 아주 중요한 것을 놓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 현존하는 리단길들이 가진 특성들 또한 새로운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명명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변형 없는 복제가 얼마만큼의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리단길 문화를 도시재생사업의 가장 손쉽고 빠른 길 정도로 인식하는 것의 위험성 또한 같이 인지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리단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가졌던 새로움을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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