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따라 걷는다.

by 시선siseon

빛을 따라 걷는다.


찬 공기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오늘의 햇살은 여느 때와 다르다. 강렬하다. 잠깐 쪼그려 앉은 새 등이 뜨끈뜨끈 해져 오는 것이 느껴지는 강렬한 햇살. 뒤 돌아 마주할 수 조차 없는 그 눈부심이 너무나 반갑다. 그렇지. 내가 이렇게 따스한 해를 좋아했구나.


배가 고프다. 무엇을 먹을지를 고민했으나 결국 '어디서 먹을지'가 먼저가 되어 버렸다. 햇살 좋은 날, 동네의 작은 물줄기에 다름없는 천이나마 굽이굽이 따라서 꾸며진 산책로는 이렇게 햇살이 따스할 때 빛을 발한다. 게다가 군데군데 놓인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테이블이 있는 벤치. 그래, 오늘은 무엇이든 사 와서 저기서 먹자.


허기진 배를 부여잡곤 부득불 따뜻한 라테를 먼저 하나 산다. 그러고 나서는 핫도그. 바삭하게 기름지고 쫄깃하게 달달한 그 요망한 간식이 요즘따라 부쩍, 당긴다. 제일 비싼 핫도그 가격 - 2,700원이다 - 이 무색하게 가장 기본, 천 원짜리 핫도그 하나를 포장해 가는 발걸음이 그렇게 급하고 기쁠 수가 없다. 얼른 가야지. 얼른 그 테이블 벤치에 가서 앉아서 먹어야지. 서둘러 걸음을 재촉해 본다.


짜란! 비어있다. 럭키! 앉자마자 바사삭, 핫도그 한입 베어 물고 우물우물, 따스한 라테 한 모금 우물우물,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이제나 저제나 너무 아름답다. 대다수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 그리고 저마다 운동에 집중하는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의 걸음 위로 햇볕이 내리쬐고, 아직은 앙상한 잔디와 나뭇가지는 당장이라도 새순이 피어날 것만 같이 온몸으로 햇빛을 반사한다. 거의 흐름이 없어 쉬이 눈이 가지 않는 물가에도 청둥오리 한두 마리 물을 휘젓고 다니는데, 그들을 보며 드는 생각이 춥겠다는 하릴없는 걱정이 아닌 빛에 비치는 깃털의 반짝임이 예쁘다 라는 것이 이미 오늘 햇볕이 어떠했는지를 모두 말해줄 것만 같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처럼 바람과 해님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내기라도 한 듯이 모두가 두꺼운 패딩을 벗어 손에 들고 걷는 오늘, 따스한 햇살이 가진 힘에 마냥 놀라고 감사한다. 이런 해님이 성난 마냥 쨍쨍 뜨거워지기 전에 마음껏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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