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나의 공간

글감: 자유주제

by 시선siseon

서재를 갖고 싶다.


정확하게는 서재라고 불릴 나만의 공간, '나의 공간'을 하나 가지고 싶다. 지친 하루를 마치고 들어가면 멍하니 앉아있어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그런 공간, 쨍쨍 내려쬐는 쨍한 조명 하나 없이 하나 둘 간접조명만으로 따스하게 채워진 그런 공간. 몸에 맞춰진 의자가 울퉁불퉁 성 이난 내 근육과 몸덩이를 포근하게 안아주고, 세상의 소음은 차단된 공간.


아무것도 하기 싫은 기분으로 방에 들어선다. 우선은 의자에 있는 힘껏 털썩, 몸을 내던지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 의미 없이 허공을 향하던 시선은 늘 다 읽지도 못하면서 사재끼는 책들에 머물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아무 책이나 집어 들면 페이지는 상관없다. 어디든 펼쳐 읽고, 읽다가 그날의 마음향과 맞지 않으면 또 다른 책을 빼어 든다. 누군가 서재를 보이는 것은 나를 다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 했던가. 책을 사는 나의 마음은 책을 빼어 드는 나의 마음만큼이나 변덕스럽고, 그래서 갖은 장르의 책이 널브러져 있는 나의 책장은 일관성은 업지만 그래서 그대로 또 나의 사랑스러운 피사체다.


갖은 기계, 장비를 좋아하는 내가 놓칠 수 없는 것, 음향. 아무 음악이라도 숨소리까지 잡아 공간을 어쿠스틱 하게, 혹은 고즈넉하게 꾸며주는 스피커에 재즈, 혹은 피아노 소품집을 올려놓으면 사실 물리적인 세팅들은 말 그대로 '세팅'일 뿐, 손에 잡힌 책과 마음을 녹이는 음악소리로 비로소 나의 휴식이 시작된다. 생각이 자유롭게 떠돌고, 낮에 하고 싶었으나 미쳐 못다 한 잡생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거나, 한 줄 읽어놓고 한 권을 읽은 듯이 손에 든 책으로 생각의 나래를 펼친다. 그마저도 실행할 에너지가 없는 날엔 미뤄둔 드라마를 잔뜩 몰아보기도 하고, 남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인터넷 커뮤니티를 떠돌기도 하고, 막상 사지는 않을 것이지만 사기 직전단계까지 매우 성실하게 진행하는 쇼핑도 한다.


차마 너무 사치스러워 꿈꾸기 조차 손발 오그라드는 미니바도, 어디든 지금 존재하고 싶은 곳을 벽면 가득 쏘아줄 빔프로젝트도, 상상하다 너무 행복해서 시계 보는 것도 깜박했다. 헉. 11시 02분이다. 나 마감 놓쳤다. 흑. 그렇지만 잠시나마 너무 행복했어요. 언젠가 내 상상의 절반만이라도 이루어 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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