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캣'과 '짝퉁'사이

글감: 일상 쓰기

by 시선siseon

나는 예쁜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쇼핑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다. 주로 예뻐하는 것들은 비싸기도 하고, 직업상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도 않아서 그냥 예뻐만 할 뿐, 생활비의 큰 부분을 쏟아부을 만큼 간이 크지 않다. 특히나 알려진 브랜드가 아닌 일반 보세 브랜드 같은 곳에서 소위 '득템'을 할 만큼 패션에 대한 관심이나 주관을 가지진 못한 탓에 주로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발견하는 것도 대중적인 브랜드 쪽이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글을 타고 들른 인터넷 보세 쇼핑몰에서 한눈에 무척 예뻐 보이는 가방을 발견했다. 우와. 저 정도 디자인이면 보세도 살만하겠는데? 가격은 75,000원. 그러나 인터넷으로 가방을 사본 경험이 없어서 선뜻, 도전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더랬다. 그러다 얼마 후, 백화점에 갔다가 낯익은 예쁨을 발견하고 '어라?'하고 걸음을 멈췄다. 바로 그 보세 가방 디자인이 딱! 헉.. 보세 가방이 이 브랜드 카피캣이었구나. 가격은 무려 819,000원. 잘 모르는 브랜드였는데 깜짝 놀랐더랬다.


그런데 이번 주, 풀 정장을 입을 일이 생겼는데 들 가방이 없다.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백팩을 멜 수도, 늘 지갑 대신 들고 다니는 크로스백을 매기도 애매한 순간! 그 가방이 생각났다. 에이.. 이틀 뒤에 들어야 하는데 뭘 찾아 사기도 애매하고.. 디자인은 마음에 들었던 거니까 그냥 그 보세 가방을 살까 보다 하곤 어제 새벽에 충동적으로 구매를 했다. 무려 쿠폰 할인까지 해주니 53000원! 그래그래.. 급하니까..


그런데 오늘 새 아침이 밝고.. 문득 궁금하다. 두 디자인이 얼마나 차이 나지? 뭐가 얼마나 차이나길래 가격차이가 그렇지? 어제 구매했던 사이트 창을 한쪽에 띄워두고,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가방을 찾아서 반대편에 턱 띄우는 순간, 헉.. 깜짝놀라 3초간 넋을 놓고 쳐다봤다. 아니 이건 비슷한 게 아니었잖아?! 가로세로 길이나 1, 2cm 차이 날까, 나머지는 완전하게 똑같은 디자인. 라인부터 단추까지, 그냥 비슷한 게 아니라 그냥 완전히 똑같은데.. 아니 그랬으면 아예 로고까지 베껴서 그냥 '짝퉁'을 만들 것이지 세상에.. 로고만 자기네들 것으로 싹 바꿔놨다.


그 쯤 확인하니까 슬 부아가 치밀었다. 대충 보고 급하다고 대충 산 나를 탓하지 누굴 탓하랴 마는.. 저렇게 성의 없이 고대로 베껴다가 로고만 바꿔서 자기네들 제품인양 파는 업체라니! 뭐 적당히 베껴야 '오마주' 정도로 이해라도 해줄 것 아니냔 말이다. 베껴도 성의란 걸 보여야지. 로고는 자기 들 것 달면서 최소한의 플러스 마이너스도 하지 않은 이건 그냥 명백히 '남의 노력을 가져다가 자기 것인 양 써먹는' 괘씸한 행태잖아. 이까지 생각이 마구 뻗혀 점점 어이가 없어지고 있는데 때마침 드르륵. 문자가 온다. "사랑하는 고객님~ 주문하신 제품 발송되셨습니다♡"


헉..


마음을 다잡고 어찌해야 할지를 생각해 본다. 당장 행사는 이틀 뒤고.. 너무 싫은데 그렇다고 80만 원이나 주고 급하게 그 가방을 사기엔 너무 과하고. 그렇다고 짝퉁은 처벌을 받지만 유사 카피캣은 처벌을 안 받는답시고 아무 노력 없이 로고만 바꿔치기한 저런 업체는 너무 별로인 것 같고. 어쨌든 이래나 저래나 나의 첫 인터넷 가방 쇼핑이 대 실패인 건 확실한 것 같다. 어쩌면 나만 몰랐던 세계인가.. 그러나 막상 겪어보니 짝퉁과 카피캣 사이.. 무엇이 더 괘씸하냐 하면 저는 카피캣이라 하겠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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