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미련

글감: 좋았던 문장 소개

by 시선siseon

좋은 문장을 만나면 마음이 설렌다.



"어쩌면 당신은 내가 품었던 가장 선량한 미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랑했으니까. 나는 애써 묻지 않았다"


- 서서히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김민준, p213



카페에서 우연히 널브러진 책들을 뒤적이다 김민준 씨 책을 들곤 처음 펼친 페이지에서 읽은 글이다. 읽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뛰어 잠시 숨을 멈췄고, 한참을 멍하니 보았다. 가장 선량한 미련. 짐작컨데 이루지 못한 사랑에 붙이는 표현, 미련이라는 단어에 붙은 저 선량한 이라는 표현이 마음 시리게 다가왔다.



살면서 참 다양한 대상에 미련을 부린다. 내게 미련은 10대 때, 그리고 20대 때 간절히 품었던 꿈이기도 하고, 너무 오래 품은 꿈에 '미련' 부린 나머지 아직도 내가 가야 할 길을 갈팡질팡 하게 하는 무언가 이기도 하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미련. 이 미련은 내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현실을 긍정적이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어쩌면 가장 큰 걸림돌 인지 모른다. 조금 더 노력해야 할까? 더 노력하면 되는 것일까? 굳이 그것이 아니어도 되는 건 아닐까? 지금의 일상과 행복이 감히 이뤄보지도 못한 꿈에 비교되어 내 삶을 폄하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여전히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없다.



가지 못한 길, 하지 못한 것, 그러나 미련이란 단어는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끝내지 못하는 마음'에 붙이는 것일 테다. 단순한 아쉬움과 후회가 종료된 상황(혹은 시작도 하지 못한)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라면 '미련'은 아직도 놓지 못하고 마음을 쓰는 일에 대한 이야기 일테지. 미련이라는 단어를 놓고 갖갖은 생각을 하는 지금, 나에게 '선량한 미련'은 없다. 선량했다고 이야기할 만큼 아름다웠던, 마음 먹먹한 미련을 담은 문장이 그래서 나에겐 심장을 뒤흔드는 문장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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