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순간이 행복하다.
무엇을 써야 할지 글감조차 정해지지 않았지만, 오늘도 나는 글을 쓸 것이라는 것.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대되고, 그 순간을 그래서 간절히 기다린다.
그래서 막상 화면 앞에 앉아서는 살짝, 당황한다. 짜잔! 드디어 오늘의 글 쓰는 시간! 자아~ 그런데.. 오늘은 뭘 쓰지? 아하하하.
글을 쓸 때 느껴지는 경쾌한 키보드의 촉감, 그리고 소리. 새하얀 화면을 채우는 까만 활자.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들뜬 모습, 표정. 모든 것이 완벽한데 막상 무엇을 써야 할지를 모른다니. 하지만 이 조차 우스워서 재밌고, 그래서 설레는 것은 이유가 있다. 오늘, 그간의 글쓰기에 대한 짐을 어느 간 날려버렸다.
글을 써온 매일이 설레진 않았다. 글을 쓰다 보니 글자 수에도, 명문장에도, 조회수에도, 댓글에도 모든 것에 조금씩 마음을 두고 집착하기 시작했다. 원래도 내 글에 대한 애착이 자뻑 수준이었던 나인데 어련했을까. 첫 댓글. 그리고 글마다 확연한 조회수 차이, 늘어가는 응원의 메시지는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을 매일 조금씩, 더 부풀렸다.
그리고 그렇게 독자를 향한 내 글에 대한 허상이 점점 커지던 어느 날, 더 이상 글을 쓰는 것이 즐겁지 않게 되었다. 글을 쓰기도 전에 글이 어떻게 읽힐지를 걱정하는데 어떤 글을 감히 쉬이 시작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글 쓰는 것을 멈췄다. 하루, 이틀, 사흘. 그렇게 사흘을 멈췄을 뿐인데, 나흘 째. 화면 앞에서 써대는 글에 마음이 들어가지 않았다. 내가 쓴 글이 내 글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두줄. 단 두 줄을 쓰고 화면을 덮었다.
그래서 타인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글을 통한 연대는 위대하다. 내가 겪는 고통, 이 단계는 하등 특별할 것 없이 글 쓰는 모두가 겪는 '보편적 현상'이라는 사실. 그것을 타인의 글들을 통해 다시 눈으로 확인하고는 힘을 얻었다. 보잘것없는 하루도 에세이가 되고, 어찌 되었든 꾸준히 쓴 글쓰기가 결국은 자신에게 어떤 열매를 가져다주는지. 치자면 간증에 가까운 경험담들이 나의 허상에 뽁. 하고 구멍을 내어 주었다.
쉬이익. 바람 빠진 내 허상은 다시 나를 붙잡아 화면 앞으로 앉힌다. 그저 한 흐름에 수다를 떨듯 써 내려가는 나의 글쓰기. 내가 가장 행복해하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자발적 글쓰기의 시간. 그 기쁨을.
지금은, 이렇게 지나가 준 나의 소소한 방황조차 고맙다. 나에게 글쓰기의 의미를 다시 일꺠워줘서. 다시 즐겁게 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