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된 아이와의 쇼핑이란
아이와 함께 움직이려면 체력이 많이 든다. 오랜만에 마음먹고 언니랑 나선 쇼핑, 하루를 쓰지만 애당초 아이와의 쇼핑이기에 계획도 두 군데만(이라도) 가보자였다.
첫 번째 가게. 웬일로 잠든 아가의 무거운 유모차를 밀며, 혹여 아기가 깰까 눈치를 보며 옷을 본다. 언니가 마음에 드는 옷을 몇 벌 찾았지만 피팅룸은 계단이 있다. 유모차와 함께 들어가고자 지하로 내려가 빙 둘러 남자 피팅룸으로 이동. 언니가 옷을 몇 벌 갈아입는 동안 아가는 잠깐의 낮잠을 깼다. 그때부터는 전쟁의 시작. 엄마 쉬 마려워. 하필 1층에 있는 화장실로 데리고 올라가서, 들고, 뉘이고, 입히고, 씻기고, 내려오고. 그사이 언니는 계산을 마치고.. 그래, 내 옷은 다음 가게로 미루고 우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온통 차가 다니는 대로변에 백화점 안도 복잡하기만 하건만 아이는 내 손을 잡아 줄 생각이 없다. 아가야 이리 와~ 멀리 가면 엄마 못 찾을 수도 있어. 열 번쯤 소리를 지르고 숨바꼭질을 하면서 식당에 도착한다. 가까스로 아기 의자에 아가를 앉히고 밥을 먹기 시작하지만 아기는 정말 '최소한의' 배만 채우면 인내심 따윈 없다. 내려줘~ 내려줘어~~. 이쯔음 그냥 좋아하는 만화를 틀어주고 편안히 밥을 마저 먹일까 고민이 되지만, 오늘 마침 또 휴대폰 쥐어준 아이의 아이큐가 어쩌고 저쩌고의 일장연설을 들은 김에 그냥 일단은 풀어줘 본다.
한산하고 넓은 푸드코트를 돌며 아이는 아르바이트생들과 장난을 시작했지만, 아이를 본 사람들의 눈은 엄마를 쫒는다. "쟤는 엄마가 누구야? 애를 혼자 둬?" 눼에눼에.. 저도 밥 좀 먹고 싶었습니다만. 그럼 안됩죠. 온갖 회유로 다시 아기를 데려오고, 먹이고, 그 와중에 아이는 너무도 쉬이 간신히 먹인 한입을 뱉고는 밥에 아무런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 그냥 쳐 굶어라가 오늘도 목 끝까지 올라와 꼭지가 돌 때쯤 언니의 도움으로 간신히 식사를 마무리한다.
그래도 밥을 먹었으니 다시 힘을 내어! 두 번째 매장으로 입성. 그러나 들어서자마자 옷 사이로 들어가 까꿍을 해대는 아가를 한 열 번쯤 끌어내고 나니 이젠 아가가 아예 벽 뒤로 숨는다. 헉.. 큰일 났다.. 조용한 걸 보니 응가를 하나보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뒤.. 엄마 나 응가했어.
응 그래.. 다시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 들고, 응가 냄새를 풀풀 풍기며 도망가는 아기를 붙잡아 들고, 유아휴게실로 간다. 벗기고, 들고, 씻기고, 닦이고, 입히고. 한 동작 한 동작을 할 때마다 저절로 기합이 들어가는 아가와의 전투를 마치고 나니 매장의 옷들이 빙글빙글 춤을 추는 것 같다. 돌고 있는 것은 옷들인가 나의 멘털인가. 그래도 오늘 쇼핑이 의미 있어야 하기에 억지로 옷 몇 벌 급히 주어 담아 입어 보지만, 피팅룸을 뛰쳐나가는 아가를 붙잡으러 단추도 못 잠그고 두어 번 뛰쳐나가길 반복하다 보니 대체 내가 뭐하는 짓인가 자괴감이 든다. 그래. 옷은 인터넷에서 사는 거야..
이쯤 되면 아가도 지칠 법도 하다만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도 애기는 잘 생각이 없다. 쫑알쫑알. 엄마, 우리 시끄러우니까 옥토넛 살~짝 보자. 그래, 아이 큐고 나발이고 유튜브 백번 틀어주고 싶지만 일단은 또 저녁을 먹여야 하기에 먹을 것으로 아가를 회유한다. 내 입엔 물도 못 넘길 만큼 피곤하지만 아가 입엔 늘 때맞춰 뭔가를 넣어줘야 하고, 그렇게 얼르고 달랜 아이와의 일정이 드디어 끝이 났다.
그리고 묻는다. 나의 고난은.. 다 내가 체력이 안돼서 인가. 진짜? 아기 없이 다녔으면 어차피 대신 매장을 열개쯤 돌아서 체력을 다 썼을 거잖아. 근데 그러고 나서는 이렇게 한스럽고 뼈가 부서질 것 같지 않았을 거잖아. 잠든 아가는 이렇게나 이쁜데, 차마 너 때문이겠니. 그래. 이유는 무조건 내 탓이어야 하니까, 그냥 내 체력 탓으로 하자. 혹은 아가와 함께할 수 없는 일을 하고자 했던 나의 욕심 때문인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