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혼란할 때는 늘 글을 썼다. 한 글자, 한 글자 빈 화면을 채우는 글을 보면 나도 알 수 없는 나의 엉망진창 머릿속도 한편 정리될 것만 같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간절히 바라던 일을 위한 한 단계 시험을 통과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일인데 잠깐의 기쁨과 환희가 지나간 자리 그 끝 맛이 무겁고 쓰다. 왜 일까. 두려움 때문일까. 간신히 통과한 1차 시험이 곧 이은 2차 탈락으로 인한 좌절로 바뀌어 버릴까 봐. 나의 뇌는 벌써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일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니 실망을 줄여보자고 기대를 낮추는 방어선 구축.
우습다. 언제부터 이렇게 실패와 좌절에 취약해졌나. 아무 준비도 시작하기 전에 벌써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거기서 오는 대미지부터 계산하고 있다. 이래 가지고 무얼 하겠다고.
그동안의 크고 작은 좌절들이 어느새 나의 꿈의 크기를 이렇게나 쪼그라들게 했나 싶어 새삼스럽다. 존재하는데, 나도 할 수 있고 능력이 있다 해도 그저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던 전 직장생활. 그 안에서도 나는 나를 잃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전 세계 누구와 만나도 당당하겠다던, 그들과 목소리를 같이 하겠다던 나의 20대 시절 패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내가 이제와 받아들인 내 일상의 행복과 만족감은 그저 나를 두고 반경 1m로 둥글게 원을 그려놓고서 그 생활공간에서만 행복하면 된다고, 그 이상으로 시야를 돌리지 않아 왔던 것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하는 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었다. 내가 소소하게 하는 일이 아니라 연대하고 유대하는 일, 여러 사람의 꿈을 모은 일로 세상에 실질적이고 최대 다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제와 모두 내려놓고 혼자 소소하게 하는 일들로 사회적인 역할은 아니지만 마음을 나누고 공감을 통해 유대를 쌓는 일을 하겠다 했지만 이제 다시 어쩌면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꿈을 모아,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두려워하지 말자. 나의 원래의 꿈에 집중하자. 본질은 언제나 같았던 나의 꿈, 이번이 아니라면 언제고라도 다시 피어내기 위해 이번에는 나의 꿈을 되살리는 일에 집중하자. 나는 절대다수의 행복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런 꿈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하여 최대의 영향력을 뿜어내는 일을 할 수 있다. 내가 사는 1m의 세상이 아니라 내 아이가 사는 세상,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살아가는 이 세상, 이 넓은 곳의 절대다수를 위한 일을 나는 여전히, 꿈꾸고 또 할 수 있다고 다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