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방송에서 펼쳐진 인간과 인공지능(AI)의 대결에서 인간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AI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AI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팽배했던 요즘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기도 했다. AI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사람은 재야의 고수로 유명한 주식 트레이더였다. 주식 전문가와 AI가 펼친 주식 수익률 대결, AI를 이긴 인간은 어떤 방법으로 주식 투자를 했을까? 함께 알아보자.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은 SBS 방송 프로그램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에서 펼쳐졌다. 대결 종목은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었던 주식 투자로 치러졌다. 인간 대표 선수로는 100만 원으로 10년 만에 70억 원을 만들었다는 주식 투자의 고수, 인터넷에선 마하세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봉호 타스톡 대표였다. AI와 한 대표는 각각 1억 원의 투자금을 통해 1개월 동안 실전 투자를 벌이는 ‘수익률 대결’을 펼쳤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 알고리즘까지 장착한 AI는 당일 주식의 전반적인 흐름을 스스로 복기하며 분석하는데,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다음날의 매수, 매도 시점을 결정하기도 했다. 데이터와 분석에 의해 투자하는 AI와 맞서는 한 대표는 단기 투자의 전형이라 불리는 ‘스캘핑’의 장인으로 유명한 투자 전문가이다. 이 둘의 대결은 주식에 조금이라도 발을 담근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둘의 대결이 시작된 이후 초반에는 주식 AI가 유리한 모습을 보였다. AI는 안정적인 투자성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매수 대비 매도가 많지는 않았다. 게다가 상승하는 종목에 대한 투자가 적절히 이뤄지면서 초반부터 수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한 대표는 대결 초반에 어려움을 보이기도 했다. 한 대표는 “평소 투자하던 환경과 달라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제대로 적응을 한 이후 2주가 지난 시점부터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됐고 4일 만에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1개월이 지난 후 최종 결과는 주식 AI의 수익률은 –0.01%, 한 대표의 수익률은 40.12%를 기록하며 결국 인간의 승리로 끝이 났다. 대결이 종료된 이후 한 대표는 “대결이 있었던 기간은 전반적으로 주식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실제로 하락한 주식 대비 AI의 수익률이 좋은 것으로 보아 AI는 자체적으로 위기관리 능력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주식 AI와 인간의 대결에서 시청자들은 단순히 인간의 승리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주식 대호황을 겪으며 신규 유입 투자자가 많아진 만큼 한 대표의 ‘스캘핑’ 방법에 대해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그동안 한 대표는 스캘핑의 장인으로도 유명했기 때문에 직접 그의 투자를 지켜보는 것 자체로 큰 투자 공부가 됐다는 시청자도 많았다.
실제로 한 대표는 주식 AI와의 대결에서 자신의 스캘핑 방법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한 대표가 오랜 기간 주식 투자를 이어오면서 쌓아온 정보력과 매매 타이밍을 바탕으로 수익을 올린 것이지만 한 대표는 자신만의 원칙을 정해놓고 투자하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방송에서도 한 대표의 투자 방법이 강조되기도 했는데, 그는 자신의 스캘핑 방법을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보유 종목은 하루를 넘기지 않는 것이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치 투자, 장기투자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가치 투자를 추구하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10년 동안 보유할 주식이 아니면 10분도 보유해서는 안 된다”라는 명언을 남겼지만 한 대표는 10분이 아니라 10초 만에 주식을 매도할 정도였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음으로써 하락장이 지속돼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실제로 대결이 펼쳐졌을 당시에도 미국 증시가 크게 떨어지는 시기였지만, 한 대표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없었기 때문에 타격받지 않았다.
두 번째는 날뛰는 호랑이처럼 급등하는 주식에 올라타야 한다는 것이었다. 횡보하는 주식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봤자 수익률은 올라가지 않는다. 상승하는 주식을 매수해야 실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방법은 팔 땐 욕심부리지 말고 과감히 호랑이 등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괜히 수익률 조금 더 올리겠다고 버티다간 호랑이가 멈춘 순간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수익률을 비교해 봤을 땐 한 대표의 압도적인 승리였지만 전체 주식 시장과 비교하면 주식 AI 역시 크게 선방한 투자였다. 대결이 있었던 기간 동안 주식 AI는 코스피와 코스닥 대비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대결이 진행된 지난해 9월은 코스피와 코스닥, 미국 증시까지 하락했던 전반적인 하락장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식 AI 역시 훌륭한 수준의 투자를 펼쳤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곧 4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한 대표의 투자 실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코스피, 코스닥, 미국 증시까지 하락했던 기간에 개인 투자로 40%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한 대표의 스캘핑 실력 덕분이었다. 스캘핑은 주식 보유 시간을 2~3분으로 짧게 잡아 하루에 수십, 수백 번씩 매매하며 박리다매 식으로 매매 차익을 얻는 기법인데, 실제로 10초, 20초 단위로 주식을 매매했던 한 대표의 스캘핑이 방송에 공개되면서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인터뷰 중에도 거래량, 주가 변화에 재빠르게 반응한 한 대표는 20초 만에 75만 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현무는 “AI보다 판단이 빠른 것 같다”라며 감탄했다. 사실 한 대표는 이번 대결이 진행되기 전부턴 투자자들에게 스캘핑 투자 방법을 추천해 왔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주식 시장은 장기투자, 가치 투자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국 증시의 경우 오랜 기간 우상향을 그려왔지만,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앞서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2007년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를 돌파한 이후 2020년이 될 때까지 10년 넘게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2,000포인트대에서 횡보했다”라며 “장기투자로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라고 말했다.
1999년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한 대표는 “나도 처음에는 가치 투자, 장기투자를 했었다. 하지만 내가 우량주라고 매수한 주식들은 모두 하락을 면치 못했고 이후 다른 투자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시장에서 최대 수익을 얻기 위해 시작한 것이 스캘핑이었다”라고 밝혔다.
사실 스캘핑을 시도하는 많은 개미투자자는 큰 실패를 경험한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단타 투자가 위험한 이유는 손실을 봤을 때 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수익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테마주 등 특정 종목에 집착하게 되고 상승 폭이 큰 종목만 찾게 되는데, 여기서도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야 한다는 집착 때문에 매도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손실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스캘핑은 기술이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스캘핑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스캘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래량’과 ‘변동폭’”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거래량과 변동폭을 잘 살펴보면서 매수 타이밍을 잡고 하락 폭이 3%가 넘어가면 해당 종목에 대한 미련을 갖지 말고 매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락이 시작됐는데 다시 오를 것이라는 미련 때문에 매도하지 않았다가는 20~30% 떨어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대단하긴 하지만 매매 타이밍 알고 단타 할 수 있으면 주식하는 모든 사람이 부자 됐을 것”이라며 “한 대표가 스캘핑이 어렵지 않다고 말하지만 어떤 기술보다 어려운 기술인 것 같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한 대표와 주식 AI의 대결을 지켜본 한 전문가는 “일반 투자자들이 구사하기는 어려운 기술”이라며 “혹시 스캘핑을 하고 싶은 개인투자자 중 지금 보유한 주식이 더 상승하지는 않을까, 혹은 하락한 주식이 다시 오르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스캘핑은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