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빨간 날'은 총 며칠일까? 주말과 겹치는 휴일이 몇 번 있기 때문에, 2020년의 평일 휴일은 2018년에 비해 2일이나 줄어든 67일이다. 올해가 채 밝기도 전부터 수많은 직장인들이 이 사실을 알고 슬픔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모두가 기다리는, 사막의 오아시스만큼 소중한 이 '빨간 날'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대체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공휴일을 싫어하게 된 걸까?
아마 이들에 대해서는 쉽게 예상했을 수 있다. 근무일수가 며칠이건,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똑같이 월급을 지급해야 하는 사업자, 자영업자들은 빨간 날이 달가울 리 없다. 매달 나가는 가게 세 등은 고정 비용인데, 이를 벌어들일 시간은 부족해진다는 것도 사업자가 공휴일을 꺼려 하는 이유다.
특히 2월은 '사업자들의 악몽'같은 달이라는 말이 있다. 안 그래도 다른 달에 비해 한 달의 길이가 짧은데, 총 3일의 설 연휴까지 찾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 1월 말에 설이 오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2월은 해에 따라 2~5일 정도의 손해를 사업자에게 안겨주는 셈이다.
의료법 제41조 1항은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 의료인을 두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일반적인 병원의 진료시간 이후에도 상주하며 환자를 돌볼 의사·간호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야간뿐 아니라 휴일에도 해당되는 조항이다. 설날이나 추석, 주말과 그 외 공휴일에도 병원 응급실에는 당직을 맡은 의사·간호사들이 있다. 이들 역시 '빨간 날'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휴일에 야외로 나들이를 갔다가 다쳐오는 사람, 명절에 과식하고 배탈이 나서 오는 사람, 가족 간에 싸움이 붙어 다친 사람 등 평소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발생해 병원이 인산인해를 이루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일반 병원으로 찾아갔을 환자들도 응급실로 몰리는 바람에 한층 더 정신이 없다고 한다.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가는 장소라면 공항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그 수가 확연히 줄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절에 고향을 찾지 않고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 저가항공을 이용해 징검다리 휴일에 연차를 더해 짧은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결과 공항은 평일보다 공휴일에 더 바쁘고 붐비고,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업무 강도도 자연히 올라가게 된다. 소속에 따라 휴일근무 수당이나 시간외 수당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항공사 직원, 공항 소속 직원, 보안 검색대 직원 및 공무원인 세관 모두 평소보다 힘든 빨간 날을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다.
전업주부로 사는 일의 힘든 점으로는 흔히 '노동이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것'과 '휴일이 없는 것'을 꼽는다. 휴일에도 먼지는 쌓이고, 주말에도 밥은 먹어야 하기 때문. 여기에 24시간 케어해 줘야 하는 아이까지 있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밤낮없이 아이를 돌보는 와중에 스스로의 식사와 집안의 청결까지 챙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지 않는 휴일에는 그나마 하루에 몇 시간 있던 자유시간도 누릴 수 없어 괴롭다. 만일 배우자가 잦은 주말 근무를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육아 중인 전업주부의 주말 고통도 배가된다. 아이를 사랑하고 예뻐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아침부터 밤까지 혼자 아이를 돌보며 집안일까지 해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작용하곤 한다.
식목일과 제헌절이 더 이상 공휴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직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올해처럼 주말과 공휴일이 겹쳐 전체 '빨간 날'의 숫자가 줄어든 해에는 더욱 그렇다. 남들이 환영하는 빨간 날조차 온전히 즐기기 힘든 이들을 떠올리며, 휴일이 적다는 슬픔을 조금 덜어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