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30대를 중심으로 가장 뜨거웠던 키워드 중 하나는 ‘영끌’이다. 20~30대를 중심으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등에 투자해 최대한 많은 수익을 돌려받겠다는 목적이었다. 영끌을 통한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저마다 돈 벌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최근 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를 샀다는 사람들에게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떤 일인지 함께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고 싶다면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당연시되고 있었다. 논과 밭이었던 강남에 땅을 소유했던 사람들은 일확천금의 꿈을 이루기도 했고, 부동산 투자의 최고봉으로 인정받는 건물주의 경우 ‘조물주 위에 건물주’ ‘갓(GOD)물주’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부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특히 수도권의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돈 없어도 대출이라도 받아 아파트를 사놓으면 어쨌든 돈을 번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됐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주택담보대출 등을 활용해 5억 원에 사놓았던 아파트가 몇 년 사이 10억 원이 되는 일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영끌’ 대출을 활용한 아파트 구매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대출과 관련된 각종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과도한 영끌 대출 열풍을 막기 위해 규제가 예고되자 작년 11월에는 영끌 투자의 막차를 타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1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3조 6,000억 원 기록했는데 이는 한국은행이 해당 통계를 발표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액이었다.
아파트에 대한 영끌 투자는 아파트값을 잡기 위한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발생했다. 정부는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아파트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투기, 투기과열지구 등에 주택담보대출의 LTV를 50% 수준까지 내렸고 DTI 역시 40% 수준까지 내렸다. 이외에 조정 지역의 경우에도 LTV와 DTI가 각각 60%, 50%로 한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주택 가격에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면서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다른 대출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연 2~3%대에 형성돼 있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만큼 낮은 이자를 기대할 순 없지만, 대출 한도를 최대한 늘릴 수 있는 신용대출이나 P2P 대출을 찾기 시작했다. P2P 대출의 경우 부동산 규제를 받지 않아 시세의 70~90% 수준까지도 대출받을 수 있었다.
물론 P2P 대출의 경우 8~10%가 넘는 높은 금리가 적용돼 이자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크다. 하지만 영끌족들은 이자로 내는 돈보다 아파트 시세 상승으로 벌 수 있는 돈이 훨씬 클 것이라 예상하며 가능한 대출을 모두 받아서라도 아파트를 구매했다. 연 이자로 2,000만 원을 내더라도 아파트값이 그사이 2억 원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이런 기대감으로 투기과열지구나 조정 지구의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제3금융권인 P2P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매한 영끌족도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P2P 대출의 누적액은 11조 751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2017년 말 1조 6,82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하지만 최근 이런 영끌족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무조건 오를 것이라 기대했던 아파트값이 최근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는가 하면 시중은행의 대출이자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소식도 계속해서 나온다. 시중은행의 대출이자가 오르면 P2P 대출이자도 상승할 수밖에 없으므로 영끌족들의 이자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2번이나 인하되면서 0.5%대에 형성됐다. 덩달아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역시 계속 낮아졌다. 하지만 8월을 기준으로 시중 은행들의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계속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대출금리 인상은 은행들의 자금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결정하는 신규 코픽스가 작년 상반기 내내 보여줬던 하락세를 멈추고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역시 인상됐고,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리가 오르게 되면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차주들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기준 새롭게 가계대출을 받은 사람 10명 중 7명이 변동금리 상품을 이용한 만큼 금리 인상으로 부담을 느낄 차주가 많을 것이라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특히 지난해에는 낮아질 대로 낮아진 금리와 패닉바잉 등이 겹치면 빚내서 투자한다는 ‘빚투’와 받을 수 있는 대출 다 받겠다는 ‘영끌’ 등이 화제가 된 만큼 금리 인상으로 받을 충격도 클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 외곽에 있는 5억 원대의 아파트를 1억 원의 자본금과 2억 원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2억 원의 P2P 대출을 구매한 A 씨는 밤잠을 설치고 있다. 최근 인근 지역의 아파트가 5,000만 원 정도 낮아진 가격에 거래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매달 월급의 절반 수준인 200만 원이 대출 상환 이자로 빠져나가는 만큼 금리 인상 소식에 걱정이 많았다.
A 씨의 상황을 예로 5억 원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시중은행과 P2P에서 각각 2억 원씩(40%) 총 4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한 달 이자를 KB국민은행의 신규 코픽스 12개월 기준으로 계산하면 시중은행의 이자는 3.34%로 55만 7,000원이며, 8.5%의 이자를 받는 P2P의 이자는 월 141만 원 수준이다. 1개월에 내야 하는 이자만 200만 원 가까운 수준이다. 만약 이 상황에서 금리가 1% 오른다면 한 달 이자는 230만 원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
금리가 1% 오른다면 매달 30만 원, 1년이면 360만 원이나 늘어나는 이자 부담이 발생하니 영끌족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영끌족들에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올해 역시 아파트값이 2~3%는 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시중은행의 금리 상승 움직임이 더해지고 있으니 영끌족들은 금리에 대한 소식을 주시하면서 대출이자 상환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