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은 다 들어봤을 것이다. 매달 월세를 받으며 마사지나 받고 골프나 치러 다닌다는 건물주 이야기도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최근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건물주의 모습은 일하지 않아도 돈이 쌓이는 불로소득의 대명사이자 무소불위의 상징이다. 하지만 모든 건물주가 이런 무소불위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건물주들에게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 세입자들은 모르는 건물주들의 고충을 알아보자.
건물주가 되면 무조건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건물주의 일은 엄연히 따지면 부동산 임대업이란 일종의 사업과도 같다. 건물이라는 상품을 세입자에게 임대해주는 행위 자체가 상품 판매이자 영업이다. 상품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건물의 안전은 물론이고 세입자들의 편의성을 위해 투자가 필요하기도 하다. 세입자가 사용한 시설물을 보수하고 최상의 상태로 되돌려 놓을 필요도 있다. 이와 관련해 많은 건물주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건물의 관리 등을 대신해주는 업체도 있지만 작은 건물이나 원룸, 혹은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지은 건물주들의 경우 업체를 통해 관리하면 임대 수익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직접 관리하는 경우도 많다.
건물이란 사람이 생활하거나 그 건물을 토대로 가게를 운영하는 등의 모든 것의 기반이 되는 시설이다. 건물의 하자로 인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고 한 영업장의 장사가 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건물로 인한 안전에 대해선 건물주에게 책임이 있다. 건물을 짓거나 구매한 이후에도 전기, 가스, 소방, 엘리베이터, 카리프트, 보안 등의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소방안전 관리의 경우 안전 관리자가 반드시 있어야 건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건물주가 소방안전관리자 2급 자격증이 있으면 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만약 해당 자격증이 없다면 매월 20만 원 정도 지출하며 소방안전관리자를 채용해야 한다. 이외에도 전기의 누전 체크나 가스 점검, 엘리베이터 점검 등을 위한 안전 관리자가 필요하다. 대부분 업체에 맡길 수 있긴 하지만 항목당 월 5~20만 원 수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최근 들어 건물주들이 토로하는 고충은 바로 ‘공실률’이다. 공실률이란 비어있는 집이나 사무실의 비율을 뜻하는데 전반적으로 공실률은 경기에 따라 움직이는 편이다. 하지만 상권 변화 역시 공실률의 큰 영향을 끼친다. 과거 번화가의 상징이었던 종로나 충무로, 명동 등의 공실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공실률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건물주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상당수 건물주는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짓거나 구매한다. 매달 월세를 받아 대출금을 갚아야 하지만 월세를 낼 세입자가 없으니 속이 타들어가는 것이다. 게다가 공실률이 높은 것에 대해선 건물주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안전 관리의 문제는 비용을 들여 안전 관리자를 채용하거나 건물주가 직접 안전 관리 자격증을 취득하면 되는 문제지만, 세입자가 없다고 세입자를 사올 수는 없는 일이다.
건물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세입자와의 관계다. 사실 대부분 사람은 건물주가 갑이고 세입자가 을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 존재한다. 건물주들 사이에선 ‘월세만 밀리지 않고 잘 내도 1등 세입자’라는 말도 존재한다. 그만큼 월세를 잘 내지 않고 밀리는 세입자들이 많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월세를 못 내는 세입자들이 많아지기도 했다. 한 건물주는 “어느 정도 사정을 봐줄 순 있어도 돈 없다며 배짱을 부리는 세입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물주가 월세를 받기 위해 법적 조치를 해야 하는 데 변호사를 선임하자니 비용이 많이 드니 법적인 절차를 직접 밟는 건물주들이 많다. 이에 대해 한 건물주는 “흔히 알고 있는 건물주의 삶은 서울 중심지의 건물을 몇 채씩 보유한 사람들의 삶이며, 실제로 중소 규모의 건물주들은 스트레스도 많고 신경 써야 할 업무도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