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아들이랑 귀찮아 엄마 2

6. 잠자는 왕자님

by 서로소

돌이켜보건대 나는 중학교 진학 후 학교만 다녀오면 내리 두세 시간을 잤다. 엄마가 워킹맘이셨는데 퇴근이 6시쯤이었다. 하교 후 그때까지 계속 자다 엄마 오는 기척에 깨기도 했지만 때로는 계속 잤다. 엄마가 무슨 일이 있는지 물으면서 왜 이리 자냐고 깨우곤 했다. 국민학교 때까지는 친구들과 도란도란 걸어 다니다가 집에서 거리가 먼 중학교로 배정된 후 아침과 오후에 사람이 꽉 찬 만원 버스를 타고 다녔다. 그렇게 잠이 쏟아지던 이유가 안 타던 버스를 타고 다녀서 힘들어서인 줄만 알았다. 잠이 쏟아지는 것이 사춘기 증상인 줄 엄마도 나도 모른 채 나는 중학시절 일 년을 하교 후 두세 시간씩 꼭 잠을 잤다.

아들도 늘 잠이 부족한 지 좀비족처럼 다닌다. 아침에 점점 아들 깨우기가 힘이 든다. 년에는 저녁 먹고 곧장 잠이 들어 깨지도 않고 자서 아침에 일어나기도 여러 번이었다.

아들은 잠을 많이 자니 키가 그야말로 쑥쑥 컸다. 한 편 학원 숙제도 쑥쑥 밀리기 일쑤였다. 잠이냐, 공부냐.

엄마들은 성장기이니 몸도 쑥쑥 컸으면 좋겠고 공부도 해냈으면 싶으나 둘 다 잘 해내기가 쉽지 않다. 어른도 다이어트하며 일도 야무지게 해내라 하면 대부분 그렇게는 못 한다 할 게 뻔하다.

잠자는 왕자님 깨우기는 아침의 큰 미션에 가깝다.

"일어나자."

"..."

아예 못 듣는 거 같다. 본인이 듣지도 못하는 알람은 도대체 왜 맞춰놓는 건지. 그 알람 소리에 시끄러워 내가 일어난 적도 많다.

몸을 터치하면 조금 반응이 있다. 귀도 만져보고 볼도 만져보고 발도 간지럽혀 본다.

"졸려, 조금만 더 잘래."

"이제 일어나야 돼. 더 늦으면 밥 못 먹어."

얼굴을 문지르고 귀를 간지럽히고 창문을 열고 난리부르스 끝에

"어휴."

뿌드득 뿌드득 소리를 내며 기상해서 아침을 오물오물 눈을 반 감은 채로 먹는다. 먹다가 졸기도 한다.

" j야? j야? 자면 어떡해. 크크크."

"어. 안자.."

"자고 있잖아."

"안 잤어."

"그럼 눈을 뜰래?"

졸려서 반만 뜬 눈으로 아침을 먹고 씻고 옷 입고 분주히 집을 나선다.

"잘 다녀와."

안아주고 배웅해주면 잠자는 왕자님이자 상전님 출근 완료이다.

집에 돌아올 때는 아들의 눈이 커져 있는 걸 보면 하루 종일 좀비처럼 지내지는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크느라 졸린 것일 텐데...

예전에 청소년 아이들 등교시간이 너무 빨라 아침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학교 등교시간을 늦췄다. 내 기억을 떠올려보면 국민학교 때는 8시 20분쯤 등교 후 칠판에 빼곡히 쓰인 아침 자습을 했고 중학교 때도 8시 근처쯤 등교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7시까지 등교였다. 한겨울쯤에는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살을 에는듯한 추위를 스타킹 하나로 버티며 말리지 못한 머리는 꽁꽁 언 채로 버스를 타러 나갔다. 저녁형 인간이었던 내게는 아침밥은 고사하고 아침에 일어나 등교하는 것 자체가 시련이었다. 학교 앞에 살던 친구가 얼마나 부럽던지.

지금은 등교시간이 조정되어 아침도 제대로 먹고 갈 수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청소년기 아이들이 야행성으로 변하는 특성이 있다더니 -굳이 공부를 안 해도 다들 늦게 잔단다-아이들의 아침잠은 늘 부족한가 보다.

학원과 사교육이 없어지면 더 잘 수 있을 텐데 싶다가도 사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던 청소년기의 내가 빨리 잤는지 떠올려보면 늘 뭔가를 하다 꽤 늦게 잠든 기억이 난다. 시험 때를 제외하고는 숙제 외에 뭘 했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티비 앞에 상을 펴놓고 숙제도 하고 만화며 뉴스도 보고 열 시에 시작하는 드라마도 보았는데 말이다.


그 시절 아침잠 많은 나를 깨우느라 아침마다 나의 부모님도 고생하셨으리라 생각이 든다.

'혼자 크는 아이는 없었구나.'

나같이 아침잠 많은 아이가 지각을 한 번도 안 한 이유는 아침마다 부지런히 나를 깨워주던 부모님 덕이었다. 그러고 보니 군소리 말고 아이를 깨워야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뽀송뽀송 솜털이 있던 얼굴에 느새 여드름이 여기저기 난 잠자는 왕자님을 타칭 무수리 같은 -아들 엄마는 대체 언제 왕비님처럼 우아해지나요?-엄마가 열심히 깨워보련다. 크느라 자는 것이다. 주문을 외면서 말이다.

잠자는 왕자님아, 사과를 매일 드셔서 잠이 그렇게 푹 드시나이까? 정령 일어나기가 그리 힘드나이까?

일어나소서! 아침이 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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