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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Dec 04. 2021

일장춘몽

생의 꽃밭은 어디에

일을 쉬고 몇 달간 하루 종일 함께 지내던 옆지기가 다시 근무를 시작하였다.

학교도 전면 등교 실시로 아이와 남편 모두 없는 월요일을 맞았다. 아침부터 머리가 아파서 쉬다가 집안일하고 누워 휴식 취했다.

오후에 하교한 아들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다시 누워있으니 아들 녀석이 침대에 누운 내게 말했다.

"엄마, 어디 아파? 사랑하는 아빠가 없어서 엄마가 힘이 없구나"

'그런가. 내가 그런 거였나.'


그저 월요일이라 힘들고 내게 쉼이 필요했나 보다 생각했는데 순간 허를 찔린 기분이 들었다. 왠지 아니라고는 말 못 할 기분이랄까. 내 기분 내가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허전함을 부정하고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걸까.


그렇게 월요일은 내내 누워 멍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든 사람 자리는 몰라도 난 사람 자리는 안다'는 옛말이 있다. 화요일부터는 옆지기와의 에피소드를 글로 쓰다 보니 빈자리가 덜 느껴졌다.


하루 종일 같이 지냈던  넉 달이었다. 무더운 여름부터 날이 좋은 가을까지.

아침도 같이 먹고 점심도 같이 먹고 등산도 다니고 커피도 마시고 저녁도 같이 먹었다. 내가 청소기를 밀면 옆지기는 빨래 너는 등 집안일도 같이 했다. 그러다가 각자 하고 싶은 걸 하거나 같이 장도 보러 나갔다.


갑자기 시작한 근무에 새로 적응하는 주라 생각에 문득문득 옆지기가 궁금했지만 연락을 하지 않았다. 바쁠 거 같고 적응하느라 눈치 보고 있겠다 싶어 가만히 켜보고 있었다. 나는 무심한 츤데레니까. 하고 말이다.

근무 시작 삼일 채, 수요일 밤이었다. 옆지기의 느지막한 퇴근길에 카톡이 왔는데 못 봤고 전화도 못 받았다. 삐진 듯한 표정으로 그가 들어왔다.  급기야는 소파에 누운 내게 지기는 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

"너는 나 안 궁금해? "

"응? 궁금하지."

"영혼이 일도 없다. 왜 연락 안 해. 카톡도 대답 안 하고, 전화도 안 받고."

"아까는 집안일하느라 못 들은 건데 당신이 좋아하는 고구마 굽느라." 

"나는 이 시간쯤 너네 뭐하나. 되게 궁금한데 너는 그냥 나 없으니 홀가분하지?"

"아냐.. 궁금해."

"아, 영혼이 없다."

어쩌지, 귀엽다. 이 남자. 

'하하' 웃었더니 째려본다. 허그로 달래준다.

"나, 오빠랑 있었던 일 글로 쓰고 있잖아. 그러면 계속 함께 있는 기분인걸. "

"그렇지? "

". 서운했어?"


하루에 글을 몇 개나 썼는지 모른다. 하루 종일 썼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몰랐지만 나만의 허전함을 달래는 방식이지 않았을까.


결혼 후 가의 지대한 관심과 육아로 신혼도 제대로 없었던 우리가 24시간 내내 붙어서 밥 먹고 놀고 싸우고 웃고 언제 그래 봤겠는가.

그와 함께한 여름 그리고 가을 내내 결혼해서 처음으로 신혼 같고 즐거웠다.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그냥 이렇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참 많이도 들었다. 그와 함께 유럽 여행 내내 붙어 있었20대 시절도 생각났다.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생전 안 사던 로또도 좋은 꿈을 꿀 때면 몇 번 샀다. 당첨운은 없었다.


출근 후 점심 먹었냐는 안부를 물으며  그가 말했다.


"일장춘몽이었던 거 같아.

그냥 꿈을 꿨던  같아. "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속이 쓰릴 뿐이었다. 다시 전쟁터로 꿈을 꾸던 그를 보낸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어.'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과 함께 한 날들이 꿈결같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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