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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Dec 14. 2021

12월에게 쓰는 편지

생의 꽃밭은 어디에

창가에 서서  구름을 바라본다.  봄 그리고 여름가을 겨울, 지난 나날들을 늘에 떠올리듯 바라본다. 

창문을 차가운 겨울의 바람 훅 불어 들어왔다.


예전에 어느 프로그램에서 자살자의 남겨진 가족 모임 대표가 나와서 이야기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세월이  흘렀는지 제법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했다.

마음이 갑갑한 한 해를 시작했다. 마음이 힘드니 죽고 싶다. 이런 생각도 여러 번 들었다. 현실이 힘드니 회피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무기력이 감싸는 날들이 지나갔다.

차라리 힘들다고 이야기해줘서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살자 가족이 자기에게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떠난 가족이 매우 원망스럽기도 했다고 했다.

'힘들다'는 말조차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깊은 슬픔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올봄 갑자기 눈물이 나는 때가 많았다. 산책하면서도 그냥 갑자기. 연초부터  마음이 아프고 힘든 일이 많아 그저 견뎌야 했던 날들이 있었다. 긍정의 마음만으로는 버티기 힘들었다. '견딘다'는 것의 임계점이 어디인지 모를 만큼 단단한 마음이 무너지고 있었다.

친구에게 나 요즘 그냥 눈물이 난다고 전화로 무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나도 그렇다'는 말을 하였다. 는 게 버티는 거라고 '우리 버티자.' 고 그 친구에게 하는 위로인지 나에게 하는 위로인지를 건네었다.


봄. 애월

봄, 애월 바다에 혼자 앉아 있는데 바다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예뻤다. 닷물이  초록빛으로 반짝거렸다. 비가 왔다 갔다 하는데도. 의 가장 복했던 무 살에 본 타국의 바다와 닮아서였을까.

힘듦을 참지 못하고 이 예쁜 풍경을 못 봤으면 어땠을까 싶을 만큼. 파도소리도, 다 너무 좋았다.

힘들면 지금은 작은 행복을 위해서라도  버티자고 스스로 다짐을 하고 바닷길을 올라왔다.

버텨서 이 예쁘고 좋은 거 다 볼 거라고, 난 버티어 보겠다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


12월 창가에서

그렇게 한 달 또 한 달이 지나갔다. 더 이상 힘들다 생각하지 않고 울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쓰고 웃으며 버티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잎새처럼 하나둘 달려 있던 잎사귀들도 흔적 없이 사라진 12월이다.

청명 하늘이 눈부 날이다.

잘 버티어줘서 고마운 한 달 그리고 한 달 열두 번, 열두 달이 지났다. 

이 모든 무거움은 좀 더 덜어내고 다음 해단단하지만 벼운 시작하고 싶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응답하라 1988 ost)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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