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조카가 결혼과 함께 예쁜 아가를 가진 예비엄마가 되었다.조카가 엄마와 사는 것보다는 깨가 한참 쏟아지는 예비 신랑과 하루라도 빨리 살기를 원하길래 나는 생전 하지 않던 오지랖을 부렸다.
결혼 전 딸들이 엄마와 살가울 거 같지만 실상 혼수, 예단 준비와 같은 결혼 준비로 감정이 상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결혼 전 서로 정 떼려고 그러나 보다 싶을 만큼 싸우기도 한다.
나도 결혼 전 엄마와 너무 많이 다투어 결혼을 빨리 결심하기도 했다.
결혼 후 찾아온 아기 소식에 놀라움도 잠시였고 심한 입덧으로 물만 마셔도 토하고 아무것도 넘기지 못하고 쓰러져 있었다.
한 달 남짓 신혼 생활에 밥도 짓고 반찬, 국을 조금씩 하며 살림을 막 시작해본 터라 음식 솜씨도 크게 늘지 않았던 때였다. 음식을 해 먹기는커녕 사다 먹는 어떠한 것들도 넘기기 어려웠고 몇 발자국 걸으면 어지럽고 구토증이 일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속이 더 울렁거렸고 먹으면 화장실로 달려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엄마가 만든 찌개와 국이 그리웠다. 집에 늘 있던 찌개와 국에 밥을 먹으면 입덧이 가라앉을 것 같았다.그렇게도 싸우고 결혼했는데 엄마 음식만은 참 그리웠다.
입덧이 좀 나아지고 오랜만에 방문하는 엄마에게 손수 만든 김밥이 먹고 싶다 했더니 귀찮다며 김밥천국에서 김밥을 사 와서 속상하고 야속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참으로 엄마가 만들어 준 김밥이 먹고 싶었다.
사촌 조카에게 엄마 밥 더 먹으라고 말한 것도 그 이유일 테다.
결혼이 밥을 세 끼 먹어야 하는 지독한 생존과도 같은 독립이라는 것을 미리 경험해서 하는 꼰대 같은 잔소리였다. 잘 먹고사는 것은 가장 소중하고 가장 행복하며 가장 지긋지긋한 가사 노동의 결과다.
엄마 밥이라는 것이.
세상에서 소중한 것은 공짜다. 엄마 밥처럼.
"The best things in life are free. The second best are very expens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