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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Feb 26. 2022

세상의 소중한 것은 공짜

별 별 발견자

"결혼 전 하루라도 엄마 밥 더 먹어."


사촌 조카가 결혼과 함께 예쁜 아가를 가진 예비엄마가 되었다. 조카가 엄마와 사는 것보다는 깨가 한참 쏟아지는 예비 신랑과 하루라도 빨리 살기를 원하길래 나는 생전 하지 않던  오지랖을 부렸다.

결혼 전 딸들이 엄마와 살가울 거 같지만 실상 혼수, 예단 준비와 같은 결혼 준비로 감정이 상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결혼 전 서로 정 떼려고 그러나 보다 싶을 만큼 싸우기도 한다.

나도 결혼 전 엄마와 너무 많이 다투어 결혼을 빨리 결심하기도 했다.

결혼 후 찾아온 아기 소식에 놀라움도 잠시였고 심한 입덧으로 물만 마셔도 토하고 아무것도 넘기지 못하고 쓰러져 있었다.

한 달 남짓 신혼 생활에 밥도 짓고 반찬, 국을 조금씩 하며 살림을 막 시작해본 터라 음식 솜씨도 크게 늘지 않았던 때였다. 음식을 해 먹기는커녕 사다 먹는 어떠한 것들도 넘기기 어려웠고 몇 발자국 걸으면 어지럽고 구토증이 일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속이 더 울렁거렸고 먹으면 화장실로 달려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엄마가 만든 찌개와 국이 그리웠다. 집에 늘 있던 찌개와 국에 밥을 먹으면 입덧이 가라앉을 것 같았다. 그렇게도 싸우고 결혼했는데 엄마 음식만은 참 그리웠다.

 입덧이 좀 나아지고 오랜만에 방문하는 엄마에게 손수 만든 김밥이 먹고 싶다 했더니 귀찮다며 김밥천국에서 김밥을 사 와서 속상하고 야속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참으로 엄마가 만들어 준 김밥이 먹고 싶었다.

사촌 조카에게 엄마 밥 더 먹으라고 말한 것도 그 이유일 테다.

결혼이  밥을 세 끼 먹어야 하는 지독한 생존과도 같은 독립이라는 것을 미리 경험해서 하는 꼰대 같은 잔소리였다. 잘 먹고사는 것 가장 소중하고 가장 행복하며 가장 지긋지긋한 가사 노동의 결과.

엄마 밥이라는 것이.

세상에서 소중한 것은 공짜다. 엄마 밥처럼.


 "The best things in life are free. The second best are very expensive."

 -Coco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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