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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Jul 12. 2022

바나나 프라블럼

일상 다반사

"바나나를 잘라요?"


전시회 스태프로서 당번을 서던 날 회의가 열렸다. 회의 간식으로 바나나를 가져오라는데 빵칼만 있었다.

스태프 언니가 바나나를 자르라 는데 난 영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바나나는 온 걸 다 먹는 게 아니었나. 바나나를 껍질째 잘라먹는다고?'

아이 어릴 때 속 알맹이를 먹기 좋도록 잘게 잘라준 적 말고는 바나나를 껍질째 자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바나나를 잘라요? "

이등분이 크다며 삼등분하라는 언니의 말에 난 십 등분을 했다. 먹기 좋게 가져간다며,  썰리지도 않는 빵칼로 정말 열심히도 썰었다.


"이렇게 자르면 어떡하지.. 흐흐흐"


'뭐가 잘못된 걸까. 더 먹기 좋게 자른 거 같은데.'


그대로 접시에 내어져 갔고 바나나 프라블럼은 그렇게 일단락 지어졌다.

그리고 접시에 남았던 바나나가 점심을 먹고 온 뒤 많이 없어져있었다.

'다들 드셨구나... 남을까 봐 걱정했는데.'

언니가 흐뭇하냐고.. 웃으며 옆에 다른 언니에게 바나나 이야기를 했다.


"얘 바나나 자른 거 봤어?"

"왜? "

"제가 잘게 잘랐어요. 더 먹기 좋으라고 자른 건데.

저 바나나 안 잘라봐서. 바나나 처음 잘라봤어요."

"뷔페 가면 바나나 잘라져 있잖아."


'뷔페에 바나나가 있었나.'

뷔페에서 바나나를 먹어본 적이 없다. 바나나가 있었을지언정 눈길도 안 주었을 것이다. 흔한 과일인 바나나를 뷔페에서 굳이 먹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서 눈여겨본 적이 없던 것 같다.

바나나가 진짜 이등분되어 뷔페에 있었던가. 생각이 안 난다.


"그런데 바나나 왜 잘게 자르면 안 돼요?"

이쯤 돼서 정말 이유가 궁금했다.

"갈변되잖아."


아.. 그러고 보니 자른 단면이 갈변되어 있는 게 보였다.


"그렇구나.

과일 많이 안 잘라봐서... "

"많이 해봐야 늘어."


갈변 현상은 교과서에서 배웠는데 바나나는 왜 생각을 못했을까. 사람은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다.

바나나 사건으로 또 한 가지를 배웠다.

'나는 먹기 좋으라고 잘게 자른 건데 보기에 안 좋아지는구나. 이유가 있구나.

내 생각이 여러 측면을 고려하지 못할 때가 있구나., '

래도 내 주변에 그런 유치한 질문에 대답해주는 유쾌하고도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기분 좋았다.

또한 바나나 이야기로 화기애애한 웃음꽃이 피었으니 되었다.

가끔 내가 엉뚱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철은 언제 드는 건가 하고. 세상에 배울 게 아직도  무던히 많고 나는 아직도 헤아리고 생각해야 될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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