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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Mar 02. 2022

너의 개학식

별 별 발견자

아이의 길고 긴 방학이 끝나고 개학날이 드디어 왔다.

어린 시절 나의 개학식 날이 떠오른다.

3월 2일은 늘 추운 봄 날씨였다. 국민학교 때 엄마가 사준 새 봄옷은 겨울 기운을 덜 벗어낸 날씨에는 덜덜 떨리도록 추웠다. 운동장에 전교생이 집합해서 한 시간은 넘게 서 있었다. 새로 전근 온 선생님들 소개와 긴 교장 선생님의 훈화와 교가 제창 등 긴 개학식이 끝나야 교실로 들어갔다. 정장과 스타킹 차림으로 우리 앞에 서 있던 선생님들도 추워 보였다. 긴 개학식에 앞 뒤에 줄 서 있던 친구들과 말도 트고 운동장 모래 위에 발로 낙서도 하며 버티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교복 차림에 구두를 신고 운동장에 서 있었으니 역시 쌀쌀한 봄이었다. 지금 아이들은 교복 위에 외투를 입는 게 당연한데 그때는 교복 재킷만 입어야 했으니 꽃샘추위에 다들 호되게 당했다.

 다소 큰 교복을 어수룩하게 입은 신입생들은 낯선 학교라 잔뜩 긴장한 채 서 있고 재학생들은 몰래 친구와 그동안 밀린 수다도 떨며 식이 빨리 끝나 교실로 들어가기만을 기다렸다.

냉기가 가시지 않은 교실도 서늘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새로운 교실과 선생님, 친구들과 적응해야 되는 첫날은 언제나 정신없이 지나갔었다.

봄이라지만 춥고 발 시리고, 마주하는 모든 게 낯선 그런 날이 입학식 날이자 개학식 날이었다.

전날 밤, 아이는 시간표를 확인하며 가방도 미리 싸놓고 새 학년에 대한 기대에 가득 차 있다. 키는 이미 나보다 훌쩍 컸는데도 그 모습이 싱그러워 보여 귀엽다.

아침에는 오래간만에 입어보는 교복 핏에 만족해하며 섬유향수까지 뿌리고 머리칼도 빗고 나선다. 매일 규칙적으로 소속되어 가는 곳이 있다는 것이 설렘이기도 하구나 싶다. 나를 정돈하고 문을 나서는 날들이.

첫날은 누구나의 삶에서 늘 떨림과 설렘을 준다.

새해 첫날, 학교에서의 첫날, 직장에서의 첫날, 결혼의 첫날, 내 아기와의 첫날...

우리 모두에게는 무수한 첫날이 있다. 이처럼 처음 시작하는 날은 기대와 희망을 준다.  

아이는 앞으로도 아주 많은 첫 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시작에는 어쩌면 약간의 두려움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앞으로 다가올 아이의 모든 첫날 설렘과 희망 반짝이는 날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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