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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Mar 30. 2022

산을 오르며

별별 발견자

산을 오를 때 한 번 올라가 본 산이 더 오르기 쉽다. 마치 한 번이라도 가 본 길이 다음번에 갈 때는 더 찾기 쉬운 것과 비슷하다.  얼마쯤 가면 얼마큼 남고 어디쯤이 끝인지 알기 때문이다.

한번 가본 길이 처음 가본 길보다 쉽게 느껴지고 훨씬 가깝게 느끼는 것은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모르는 곳을 가다 보면 막막하고 때로는 이 길이 맞는지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한다.


삼막사를 오르며 옆지기에게 몇 번의 오르막이 있는지 자꾸 묻자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냥 가면 되지 뭘 자꾸 묻냐는 것이다. 삼막사 오르는 길은 길이 반듯하게 정비되어 있는 대신에 몇 번의 오르막이 있다. 옆지기는 자전거를 타고 오 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직 한 번 오르막을 올랐으니 반도 안 왔다 멀었다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그러면 몇몇은 너무 힘이 들어 1/3 지점쯤에서는 포기한다고 한다. 나는 몇 번의 오르막이 있는지 묻는 이유가 오르막이 다섯 번이다 하면 이제 1/5 왔고 4만 더 가면 된다 말해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반을 왔으면 반이나 왔으니 끝까지 가보자고  3/5까지 오면 반을 넘게 왔으니 2만 가면 다 온 거라 스스로를 독려하며 또는 동행을 다독이며 힘을 내게 된다고 말이다. 그렇게 누군가가 내게 격려의 말을 해주기를 기대했나 보다.


인생도 이렇게 목표가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차례차례 오르막을 올랐다. 차라리 산을 오르는 것이 인생길보다 쉬운 것처럼 느껴졌다. 오르면 반드시 내려가면 되는 단순한 지향점이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 이정표가 있으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땀은 비 오 쏟아지는데 머릿속이 시원해졌다.


젊은 시절 목표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 방황하는 날들이 길었는데 나이 마흔이 지나도 방황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무엇이 하고 싶은 지 명확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붕 뜬 인생 같다. 공부를 더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지 어느 것도 정해지지 않은 인생의 중반 길이다. 이정표도 없고 어디까지가 오르막인지 내리막 인지도 모른다. 정말 막막하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어딘가를 오르고 싶어서 삼막사를 올랐다. 이곳은 정해져 있는 길이다. 끝까지 올라가는 길도 내려오는 길도 보인다.

얼마쯤 단순하게 살고 싶은 인생이다. 그냥 어딘가를 오르며 투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고.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지도 모르는 인생 우왕좌왕 하기에는 시간이 많지도 않은데 의미 있게 살고 싶다고 그냥 산에게 투정 부리고 싶었나 보다.


산을 내려와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그렇게 하루를 살아내는 인생. 목적도 계획도 없이 하루를 잘 살아내는 인생도 분명 나쁘지 않다. 그런데 무엇인가 늘 아쉽기만 한 것은 왜일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서는 얼마나 무수한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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