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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Feb 21. 2022

캔디

별 별 발견자

주변에 우울하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코로나 영향인가 싶었는데 아닌 거  같았다. 나잇대가 마흔을 넘어선 모든 이들이 삼심 대 후반부터 우울함을 호소하고 슬픈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유쾌 발랄한 삶을 꿈꾸는 내가 버겁게 느껴질 만큼이었다. 유머러스하게 웃기기도 하고 만나면 반가우니 들떠 있는 내게 다들 너무 진지하게만 느껴졌다. 오히려 뭐가 그리 재밌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고 나와의 대화가 즐겁다 하는 이도 있었다. 진지하게 보이지 않는 내가 가볍게 보이기도 하고 솔직하고도 직설적인 질문에 낯설어하는 이도 있고 소신 있어 보인다는 이도 있었다.

나라고 힘든 일이 없었겠느냐만은 나는 글에다 많이 털어놓고 나니 원래의 잘 웃는 명랑한 성격으로 돌아가기 쉬웠던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세상 걱정 없어 보인다. 자유로워 보인다. 늘 세상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 혈액형 O형 아니냐 등등의 말들을 한다.

잘 웃고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는 내 성향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기도 했다. 생각이 없어 보인달까?


사실 나의 행복을 느끼는 임계치는 너무나도 다. 산책을 나와도 행복해하고 맛있는 커피에도, 오늘 보는 드라마나 예능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하루 종일 up 되어 있지는 않아도 평정한 기분이 유지되다 작은 것에 up 되기는 너무 쉽다. 평상시 우울함에 오래 잠식되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러기에 작년은 좀 특이한 한 해였다. 그렇게 우울에 압도되는 해가 간혹 있는데 내 힘으로 극복하기 힘든 외부 요인들이 크게 작용했을 때였다.

대부분은 캔디처럼 오늘을 행복하게! 를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살아가는 게 삶의 모토인 나이다.

깔깔거리며 수다를 떨고 싶은데 나이만큼 삶이 무거워진 가족과 지인들은 한숨과 눈물이 많다. 내 삶도 무거워진다. 어찌할까... 원자로 같던 내 에너지도 자꾸 고갈 신호를 보낸다.

사는 건 누구나 힘들다. 나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늘 한다. 아이러니하게 이 생각이 나의 오늘을 즐겁게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내일 죽을 수도 있는 삶, 오늘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말이다. 나는 삶에 있어,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진지하다.

오늘도 행복한 나이고 싶고 우울해하다가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듣지 못하면 얼마나 손해인가 싶어서이다.

깊게 우울해보아도 달라질 건 없었다. 하늘은 눈부시고 바다는 푸르른 좋은 날, 눈물 지을 필요는 없었다.

내가 지금 힘든 것이 내 욕심이나 기대 때문인 적이 많았기에 대부분은 벗어나면 그만인 것을 붙잡고 내 욕심을 채우려다 우울해지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소중하고 진지한 삶이기에 웃을 수 있을 때 웃으련다.

울고 싶을 때 울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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