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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Apr 12. 2022

걷고 걷고 걷고

비극이 희극이 될 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생각해봤다.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인지. 그 비행기가 아닌 다른 비행기를 타고 다른 곳을 갔어야했는지. 재수를 못하게 했던 엄마와의 갈등때문인지. 더 어릴적으로 내려가 가족에게 닥친 불행때문인지. 아니면 태어나지 않는게 나았는지.

애초에 잘못 끼워진 단추같은 삶.

호수를 가서 걸을까하다 가지 않았다. 뛰어들까봐.

꽃구경도 하고 계속 걸어도 보고 사람도 만나보고. 낮에는 웃고, 밤에는 혼자 꽃비속에서 울고.

이상한 시댁.  이상한 결혼.다들 이렇게 힘들게 사는건지.

끝은 어디인지.

나만 참으면 되는거지. 또. 애때문에 몇 년 더.

애때문에 간신히 붙들고 사는 삶. 정말 실낱.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닌.

매일 웃고 즐겁게 살려고 하다가도 한계가 느껴지고

또 한계가 느껴지고.

걷고 걷고 또 걷고.

계속 걸어보자.

집에서 울지 않으려고 그냥 계속 걷는다. 그러다 벤치에 앉아 울고 또 걷고.

어제는 벚꽃길에서 80세 너머의 인생을 계획하는 언니앞에서 웃었다. 너무 길게 잡길래..그렇게 오래 버틸 자신도 없고, 속으로 아이가  성인이 되고나면 그 이후의 삶은 그닥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데라고 생각하면서 사진을 서로 찍어주었다.

구두를 신어서 발이 아픈데도 발이 부르트도록 걸었다.

안녕 봄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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