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병에 걸린 아들이랑 귀찮아 병에 걸린 엄마

9화 엄마는 디딤대할게

by 서로소

"한 시간만 쉴래. 이부울~ "

소파에 드러누워 떼쓰기 시전 중인 이 분은 열네 살입니다.

오자마자 샌드위치와 우유 2컵과 사과 2개를 간식으로 드시고는 노곤한 지 소파에 드러누워 "노란 이부울~" 을 외치십니다.

넌 누구냐. 낯설다. 너.

상전이 따로 없으십니다. 왕자님 입죠.

무수리처럼 간식거리를 가져다 드리고 이불도 가져다 드립니다. 특급호텔 서비스도 이런 서비스가 없을 겁니다.

아빠에게 "아빠 우유 한 잔만. 잉~" 손가락 하트를 보이며 "아빠 사랑해♡" 를 치면 아빠가 어이없어하며 우유를 가져다줍니다.

이 분을 분석합니다. 오늘은 이불을 덮고 누우셔서 핸드폰과 한 몸이 되었습니다. 엄지손가락만 바삐 움직이며 휙휙 넘기는 꼴을 보아하니 웹툰 보시는 중입니다. 말랑한 배를 만지면 뼈라고 우깁니다. 큰일입니다. 이 뱃살을 어쩝니까.

"뼈가 간식을 먹음 움직인다고?"

"응. 큰 뼈야."

"헐. 니 뼈는 간식을 먹음 볼록하게 튀어나와?"

"응.럴걸."

띠로리...

사과를 보이기만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덥석 집어먹습니다.

"사과만 보면 반사적으로 그냥 먹네. 독사과면 어쩌려고 그래? 전생에 무슨 백설 공주였어? 키가 170 넘고 배가 통통하고 까무잡잡한 공주? 크크크"

"왕자지. 백설 왕자. 그리고 백설공주는 키가 작고 날씬하고 하얗다는 그런 편견은 버려~"

'백설 아니고 뱃살 왕자 같은데.'

"그럼 너 백설 왕자에서 사람 되려고 사과 먹는 거야? 뭐, 분신술 그런 거야? 사과 먹음 사람 되는 거냐? 그래서 네가 사과만 보면 덥석덥석 입에 넣고 보는 거야? 사람 되려고? 마늘 싫으면 쑥 갖다주랴?"

"크크크 우가 부가"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우가 부가는?"

"엄마가 화낼 때 내는 소리잖아."

"뭐? 내가 우가 부가라고 화낸다고?"

"어. 낄낄낄."

"내가 야! 이러지 언제 우가 부가라고 그랬어?"

"낄낄낄"

요즘 이분은 상태가 영...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는다는 사춘기가 왔는지 별 시답잖은 농담에 낄낄댑니다.

무섭다며 거실 테이블에서 공부하더니 부엌 테이블로 옮기고 그리고는 방문 옆 책상으로 이동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저를 힐끔대며 확인하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이제는 1/10을 열어놓았습니다. 이렇게 이분은 사춘기를 시작합니다.

갑자기 '엄마 엄마' 부르면 뭔가 필요하다던가 뭘 사달라고 할 때입니다. 본인이 위급할 때는 잘도 찾습니다. 어린이도 아니고 하는 짓과 말투는 영 아이 같은데 덩치는 산(山)만해진 청소년입니다.


제 눈에도 어떤 날은 아무 생각 없어 보이고 철딱서니 없어 보이는 아이 같다가도 어떤 날은 제법 속도 깊고 제 미래도 걱정하는 어른스러워 보이는 모습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성장하나 봅니다. 가끔 아이와 의견 충돌이 일어나면 속상하다가도 이만큼 커서 나에게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게 대견해서 잘 키웠구나, 잘 크고 있구나 싶습니다. 이는 내 경험에 비추어봐도 부모로부터 독립해나가는 필연적인 과정입니다.아이가 자라는 만큼 엄마도 그에 맞게 생각과 관점을 맞추고 조율해가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좋은 어른이 되도록, 그래서 혼자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어른이 되도록 엄마가 흔들리지 않는 디딤대가 되어줄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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