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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Jul 13. 2023

산책

그저 가벼운 산책인 줄 알았어.

한들거리는 산들바람이 뺨을 스칠 거라 기대했나 봐.

비바람이 불 줄 몰라 우산도 없었는데 말이야.

거센 비 내리는 그 길에 내가 설 줄 어찌 알았겠어.

예쁘게 여기저기 피어난 꽃구경이나 할 줄 알았어.

뺨을 후려치는 바람 속에 혼자 버티게 될 줄은 몰랐어.

웃으며 사진 찍고 뛰어놀 줄 알았어.

가슴을 내리치며 울며 걷게 될 줄 몰랐어.

사람에게 데어서 산산이 부수어질 줄 몰랐어.

그저 가벼운 산책인 줄 알았어.

노여움도 시름도 내 것이 될 거라는 걸 몰랐어.

산책이 끝나면 머리가 희끗해질 줄은 정말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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