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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Apr 23. 2021

틀려야 인생인 것을.

당신과 나의 보통의 날들

틀려야 인생인데.

아이의 공부를 봐주다 보면 틀린 것이 나게 된다. 그 위에 틀림의 표식으로 작대기를 긋게 되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아했다. 나는 모르는 것을 알게 되니 그것을 채우면 백 점도 받을 수 있는 거라마음 상해하는 아이를 달래며 말해주었다. 틀려야 내가 모르는 것을 알고 고칠 수 있다면서. 틀리는 것은 이상하게 자꾸만 다시 틀려서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봐야 내 것이 되는 거라고 이야기하며 아이가 고친 문제는 별 모양으로 만들어주었다.


강사를 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나는 별생각 없이 작대기를 그었고 다시금 별 모양으로 바꿔주었다. 중요한 것이 되었다고 말해주며 다음에 틀리지 않도록 기억하라고 신신당부하였다.

하지만 내 바람과달리 아이들은 문제 위에 작대기가 그어졌을 때 이미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치고 나서 별이 된 그 문제가 아이들에게  중요하다고 여겨졌 아니면 상처 난 마음에 발라진 반창고처럼 느껴졌을지는 잘 모르겠다.

시험지 안에 빨간 동그라미가 가득한 백점을 맞고 싶은 마음은 다 같았을 텐데 말이다. 동그라미가 아이들 마음을 동그랗게 해 주니 기뻤을 것이다.

문제지 따위에 상처 받지 말라고 했으나 나 또한 학창 시절 채점하며 작대기가 늘어날수록 한숨이 쉬어지고 까마득해지고는 했다.  자신에 대한 실망과 작은 좌절,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아직도 모르는 게 많구나 싶고 틀린 것을 고쳐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니 부담도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지를 풀고 채점을 하고 틀린 것을 살피고 다시 고쳐서 공부하고. 그 과정은 지나온 세월이라고 해도 녹록지 않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작대기 말고 무슨 다른 표시는 없을까 궁리도 해봤으나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고치면 세모 모양으로 만들어주던 것을 별 모양으로 만들어주었을 뿐이다. 시험지를 돌려주면 아이들은 틀린 것에 상처 받고 의기소침해했고  나다시 조곤조곤 설명해주곤 했다. 아이들은 완벽하지 않으니 틀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실망한 적은 있으나 표현하지 않았고 화도 내지 않았다. 르면 다시 설명해주고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일이 내 일이었으니까.


문득 내 인생의 시험지는 과연 어떠하였는지에 대해 생각해 다.  내 인생에 동그라미가 가득한 시험지를 원하여 늘 잘하려고 많이 애쓰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작대기가 그어질 때마다 주눅이 들고 잘못 살아온 거 같은 기분이 들 지는 않았는지, 그 작대기에 상처 받아 좌절 했는지 아니면 다시금 바로잡아 별을 만들며 일어섰는지 돌아다.

아이에게 해 준 말처럼 이건 중요한 것이어서 별이 된 거라고  스스로는 생각했었을까. 하나씩 작대기가 그어질 때 내 마음은 괜찮은지 물어보고 돌보았을까. 니 그러지 못했다.


실수하고 틀리고 다시 고치고 동그라미 아닌 세모로도 가고 별로도 흘러가는 게 인생인데, 동그라미를 받고 싶은 마음에 나는 완벽한 내 인생을 꿈꾸어 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배우면 되고 틀리는 것이 있으면 주위에 물어도 보서 잘 고쳐가면 되었을 것인데 그러지를 못한 것 같다. 모르거나 틀리는 것이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부끄럽고 창피하 의기소침했다. 어쩌면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지나고 나서 보면 별 것도 아닌 것에 전전긍긍하기도 했고 내려놓고 시간이 흐르다 보면 저절로 지나가는 것들이 있기도 했다.



꿈같은 백점 시험지는 문제지에 수많은 작대기가 그어지고 별이 되는 노력 후에 받는 것이라는 것을

어린 그때는 알고 어른이 된 지금은 왜 몰랐을까.

수많은 별 반창고가 내 마음에 붙어 동그라미가 되어 주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틀려야 인생인 것을 나는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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