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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Nov 20. 2024

쉬고 싶어 먹으러 가요

'흑백 요리사'라는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상가의 태권도 학원 광고까지 흑백 요리사를 패러디한 것을 보고 대단한 인기구나 싶었다.

사람들이 밥 한 끼에, 음식에 이렇게까지 열광할 줄은 몰랐다. 언젠가부터 '삼시 세끼' 같은 하루종일 밥을 지어먹는 예능이 유행하더니 요리 경연 프로그램까지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먹는 밥이지만 쉬고 싶어 밥을 먹으러  때가 있다. 일을 마치고 나서 지치고 힘들 때 고기를 먹으가는 이유도 비슷할 것이다. 최근 마라탕은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찾는 단골 메뉴이다. 땀뻘뻘 흘리며 알싸하고도 매운 마라탕을 먹고 나면 땀과 함께 스트레스도 날아가는 기분이다. 위로받고 싶은 날이면 따뜻한 국수가게를 단골로 다녔는데 이사를 오면서 멀어졌다. 마치 정든 친구 하나를 잃은 기분이다. 다른 국수가게를 찾아 종종 가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마음이 힘든 날에 누군가 밥을 사주면 그렇게 고마웠다. 굳이 비싼 것이 아니어도 국수 한 그릇 얻어먹으니 참 좋았다. 냉한 속을 덮혀 주는 것 같았다. 된장찌개든 삼계탕이든 속을 든든히 해 주는 한 그릇이면 되었다. 상심해서 또는 아파서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는 한 끼는 그래서 참 소중하다. 누군가에는 파스타일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얼큰한 김치찌개일 수도 있다. 엄마밥이 먹고 싶은 사람에게는 집 밥 같은 백반일 수도 있겠다.

끼 잘 먹고 나면 잘 쉬고 난 뒤의 마음처럼 흡족할 때가 있다. 잘 먹은 밥 한 끼는 '쉼' 자체이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배고픔을 달래것도 맞지만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밥을 먹으며 배도 채우지만 마음의 허기 사랑도 채운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나의 하루를 보상해 주고 보살펴주는 의미가 있다. 맛있는 것을 먹고 난 후 왠지 기분이 훨씬 나아진 적이 있을 것이다.

정성 어린 밥상 나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나 메뉴가 올라가 있거나 내 몸에 좋은 음식들이 차려져 있다. 이런 식사를 차려주는 이는 필경 나에게 애정을 가진 사람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밥상에서 사랑을 채운다. 밀키트도 내가 끓이는 것보다 남이 끓여주면 더 맛있다. 그래서 내게 꼬박꼬박 밥을 주는 사람에게 사랑과 감사함을 느끼나 보다. 스운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는데 그토록 밥을 중요시하는 남편들이 많은 이유가 사랑받고 싶어서였을까 싶다.

코로나 때 삼시세끼 집밥을 챙기느라 많은 주부들이 고생했다. 집 안에만 갇혀있으니 달라지는 메뉴만이 온 가족의 삶의 낙이 되어 주부들이 밥과의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느라 적잖은 고생을 한 것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의 마음이 없었다면 못 해냈을 일이다.

먹는 것이 이토록 사람의 삶에서 요소이니 요리사들 (셰프들)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 것 같다. 집 안의 요리사들에게도 '좋아요' 버튼은 못 눌러줄 망정 감사를 표시했으면 좋겠다.

잘 먹어서 잘 쉬으면 한다. 쉬고 싶 때일수록 잘 먹는 것이 잘 는 것이다. 뱃 속이든 마음 속이든지 간에 속이 채워져야 진정한 '쉼'이다. 나는 배부른 소크라테스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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