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가기 전 고학년 때는 집에서 영어 교재를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마 6학년을 앞둔 겨울 방학이었던 것 같다. 중등에는 학원을 다니겠다는데 기초도 없이 가면 따라갈 수는 있을 지 슬슬 걱정이 되었다. 영어책만 읽고 애니메이션만 봐서는 본격적으로 시험 대비를 하는 학원 커리큘럼과 숙제에 적응조차 힘들 것 같았다.
서브젝트 링크라는 리딩책을 하루 한 텍스트씩 함께 공부했다. 리딩 공부를 같이 하면서는 최대한 텍스트에 있는 배경 설명을 해주고 단어도 설명해 주고 읽고 지나갔다. 단어는 re- 가 붙으면 다시라는 뜻이 있고 파생되는 단어들이 있다고 알려주면서 어근을 많이 알려주었다. 따로 외우라고 하지는 않았다. 텍스트 속에서 단어들이 쓰이니 아이가 마지막으로 해석하고 마무리 지으면서 영어로 간단하게 ~는 무엇인지,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고 답하고 끝냈다. 간단한 문장으로라도 영어로 답하게 했다. 단어와 해석만 하면 재미가 없는 게 리딩 공부이기에 최대한 더 찾아보기를 했다. 초등생들은 아직 호기심이 많다. 예로 Money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Money에 대해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보고 이야기 나누고 했다. 미국 달러며 궁금한 외국 지폐등을 함께 찾아보았다. 이 시간이 더 길어지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텍스트를 배우면 아이의 관심과 흥미가 높아졌다. 서브젝트 링크는 해당 사이트에서 티칭툴이나 다양한 가이드가 지원되는 게 장점이었다. 그래서 고른 책이기도 했다. -이 출판사에서 협찬받은 게 없다. 내가 가르치기 편하고 아이가 좋아할 것 같은 테마가 많아서 골랐다- 학원이나 과외등에서 브릭스등 다른 책들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 비교해보고 집에서 리딩북을 고를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고르면 좋을 것 같다.
처음 리딩을 배우는 아이에게 가르칠 때 중요한 것은 절대 딱딱하게 학습식으로 가르치지 말고 그 안에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라 생각해서 최대한 배경지식을 넓혀주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집에서 공부하기의 최대 장점이 깊이 있게 공부하기라고 생각한다. 단어도 그래서 같이 읽고 어휘를 확장해서 알려줄 뿐 외우라고 하거나 시험보지 않았다.
6학년 여름방학이 되었을 때는 중등 영단어 한 권을 계속 외우도록 했다. 이때는 테스트를 했다. 단어 공부 시킬 때 할 수 있으면 어휘를 같이 짚어주는 게 좋다. 어디에서 쓰였었는지 어느 단어와 연관되었는지 단어를 같이 읽어보며 이야기 나누도록 하면 어휘 확장에 도움이 된다.그냥 외워~보다 이렇게 하면 훨씬 금방 외워진다.예를 들면 president 는 대통령이다. 그럼 미국 president 가 누구냐? 이러면서 트럼프다. 바이든이다. 이런식으로 잠깐 이야기 나누면 잘 외워진다. president-elect 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election은 선거다. 단어를 이런 식으로 하면 단어 20개 가지고도 꽤 시간이 걸리지만 한 권을 해도 어휘 확장이 나중에는 금방 된다. 하루에 20개씩 외우고 틀린 것만 다음 날 다시 보고 또 새로운 20개를 보도록 했다. 단어 앱을 활용해도 되지만 최대한 오프라인으로 써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단어책 전체를 2번 정도 반복했다.
화상영어, 리딩과 영어책 읽기, 단어 공부를 하고 학원가에 괜찮다는 학원 레벨 테스트를 보러 갔더니 문법은 좀 틀렸는데 예상보다 반이 높게 나왔다. 집에서만 공부하고 학원을 안 다녀본 아이라니 상담 시에 다들 좀 의아해했다. 다니던 아이가 아니면 첫 번째 반에는 잘 넣어주지 않았다. 두 번째 반에 대부분 배정되었다. 중등을 대비한 한국식 어학원 두어 군데 테스트를 봤는데 너무 시험 대비식이 어서 아이랑 잘 맞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다 아는 언니가 추천한 C땡 어학원 테스트를 보았고 중상위반이 나왔다. 원어민을 만나보고 싶다는 아이의 의견에 잘 부합되는 학원이라 등록해서 다니기 시작했다. 중학교 시험대비가 잘 될까 걱정은 되었지만 영어 학원을 안 다니겠다는 아이가 재밌을 것 같다고 다녀보겠다고 했다. 프로젝트 수업이 많았고 토플 단어를 익혀야 하고 그동안의 리딩책은 너무 쉽게 느껴질 만큼 텍스트 수준이 높았다. 온라인 숙제도 꽤 많았고 안 하던 라이팅까지 하느라 초반에 학원이란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엄청 고생했다. 아이도 나도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영어 학원 숙제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아니 다른 아이들이 이걸 어릴 때부터 했다는 말인가 싶었다. 다 제대로 해가면 실력이 안 늘 수 없는 구조였다. 한 달마다 결과에 따라 반이 올라가는 재미가 있어서인지 안 다니던 학원을 다녀서인지 숙제며 테스트 준비를 열심히는 했다. 학년이 올라가자 중간, 기말 시험 대비는 주말에 따로 해주었지만 본문을 달달 외워오라는 게 말도 안 된다며 결국 시험 대비반은 취소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녀석이다. 결국 시험 전에 기출문제 사이트에서 프린트를 출력해서 풀어보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