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지고나면 아이에게 잠자리 동화를 늘 읽어주려고 다짐했더랬다. 아이는 밖에서 많이 뛰놀다 오면 집에서는 좀 차분해졌다. 유아들은 정말 에너지가 넘친다. 그러다 갑자기 낮잠을 푹 자고 -엄마도 같이 자는 게 육아로 지친 피로해소에 제일 좋지만 집안일도 짬짬이 해야 할 때도 있고 내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도 있다.-바로 컨디션을 회복하고 놀아달라 했다. 소꿉놀이, 악기놀이, 숨바꼭질, 종이접기 등 실내에서 해 줄 놀이들을 이것저것 해주고 그림책들을 읽어주는 시간이 그나마 나도 쉬어가는 시간이었다.
집에 구비해 둔 책을 읽어주다가 전집을 사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도서관을 주로 이용했다. 도서관에서 봉사 활동을 하니 대출 권수를 늘려줘서 수 십 권의 책을 이고 지고 오느라 고생했다. 아이에게 조금 더 재미나게 읽어주고 싶어 구연동화를 배웠고 아이는 엄마의 연기? 를 보는 맛인지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했다. 몸으로 놀아주는 게 힘든데 책 읽어주는 시간에는 입만 움직이면 되니 그나마 살 만했다. 그리고 구연하며 읽어주는 게 적성에 맞았는지 재미있었다.
한글 책뿐 아니라 영어 책도 빌려왔고 아이는 도서관 덕분에 많은 책을 접했다. 나의 허리 디스크에 책이 큰 기여를 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양장본이 많은 한글책이 무거웠고 영어 책은 얇고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았다. 대신 CD가 있는 책은 같이 빌려왔다. 그 당시 잠수네 영어가 유행해서 나도 흉내 냈다. 음... 그런데 아이가 CD를 열심히 듣지 않길래 어릴 적 짧은 동화는 되도록 읽어주었다. 초등 2학년, 3학년까지 책을 읽어줬던 것 같다. 당시 책 읽어주는 학부모회가 있었는데 초등 6학년까지 책 읽어주기를 하고 있었으니 고학년이 다 커 보여도 아이들에게 책을 되도록 읽어줄 수 있을 때까지 읽어주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사실 아이를 옆에 끼고 속닥거리고 낄낄 거리며 책을 보는 것이 그 맘 때만이 할 수 있는 추억 쌓기이기도 했다. 아이가 독서를 좋아하게 돼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기도 했지만 책이 집에 쌓여 있으니 다양하게 보았다. 책을 빌릴 때 tip은 아이가 흥미 가질 만한 표지, 재밌어 보이는 표지의 책을 여러 권 끼워 넣는 것이다. 내 욕심은 내려놓으면서 여러 분야 (과학, 위인, 사회, 창작 등등)에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빌리려고 했다. 다양하고 많은 책을 읽은 것이 상식을 넓혀주고 어휘도 많이 늘려 준 것 같다.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히고 싶어 초등 고학년 때까지도 학습 학원을 보내지 않고 예체능만 두어 개씩 다녔으니 아이는 초등 시절을 참 행복하게 기억한다. 지나고 보니 영, 수학원은 6학년때는 보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학원 알레르기가 있는지 싫다는 아이를 끌고 갈 수 없어 고학년부터는 집에서 영어 한 시간, 수학 한 시간 정도 공부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도록 두었다. 고학년부터는 영어는 리딩북 LINK도 활용했다.
초등 중학년에 영어 챕터북으로 넘어가며 처음에는 읽어주었다. AR 1, 2점대 책을 최대한 많이 여러 번 읽어주고 챕터북으로 넘어갔고 Nate the great 같은 책을 좋아해서 챕터북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 한글이든 영어든 무조건 재미있는 책을 발굴해야 좋다. 글밥이 많은 magic tree house로 넘어가면서는 CD를 틀어주었다. 역시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서 좋아했다. 이것 말고 ~층 나무집 시리즈는 한글판도 있었고 영어판도 사주었는데 나중에는 한글판이 번역되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영어판부터 보기도 했다. 책 읽기 싫어하는 날은 '모아나' 같은 영어 애니메이션을 보도록 했다. 오늘은 이게 영어 공부야~하며 한 달에 서너 번 서로 편하게 쉬며 영어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에서 저렴하게 실시하는 화상 영어를 배우다가 외국인 선생님을 직접 만나고 싶다고 해서 중등 입학을 앞두고 C땡 어학원을 뒤늦게 1년 반 다니는 바람에 원서를 놓지않고 간간히 읽었다. 논술학원을 중등 말 1년 정도 다녔는데 거기서 '팩트풀니스' 같은 책까지 읽게 해서 독서의 수준을 높힐 수 있었다. 한글이든 영어든 독서를 해 둔 것이 아이가 나중에 국제 학교를 가서 도움이 된 것 같았다. 결국 한국어냐 영어냐 언어의 차이일 뿐 독서는 중요하다. 영어는 영유부터 나와 열심히 어릴 때부터 영어학원 다니고 국제 학교 다니는 아이만큼은 아니겠지만 10학년에 국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 거부감이 없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국제 학교를 잘 알지 못하는 엄마라 사실 걱정이 많았다. 원서로 여러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아이는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국제 학교를 좋아했고 수학이 용어가 다르니 그 부분을 도와달라 해서 수학 용어 사전을 사주었다.
아이가 국제 학교 가기 전까지 학원을 오래 다니지 않아 선행을 많이 하지도 못했지만 한국 공립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도록 도왔다. 내용이 완전 다른 게 아니기 때문에 어디서든 교육 과정을 성실히 따르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국제 학교를 뒤늦게 보내 정말 아는 것도 없고 MAP TEST가 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입학 상담 가자마자 TEST보고 트라이얼 데이 거치고 학교를 다닌지라 초등 1학년을 다시 시작하는 심정이었다. 뭣도 모르고 결혼하는 것처럼 지금 생각해 봐도 겁도 없이, 준비도 없이 보낸 것 같긴 하다.
사실 아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