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부엌에서

그린

by 서로소

그 부엌에서 구부린 등을 보이고 우는 삼십 대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딸아이에게 중얼거리는 파마머리의 여자였다.

퀴퀴한 누런 전등이 달린 부엌이었다. 연탄을 때는 아궁이 둘이 있어 연탄이 연소할 때 내는 매캐한 냄새가 늘 배어 있었다. 두 구짜리 가스레인지와 세탁조와 탈수조가 같이 달린 투인원 세탁기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고 수도 밑에 큰 대야가 놓여 싱크대 역할을 했다. 타일로 마감되어 있는 부엌은 알전구 하나만 달려있어 침침하기만 했다. 도마 하나 어디 놓을 자리 없었다. 딸린 방에서 상을 펴고 밀가루와 계란 물을 입혀 쟁반에 가져와 가스레인지 위 프라이팬에서 전을 부쳐야 했다. 화장실 없는 셋방이라 한쪽 귀퉁이에는 요강이 놓여 있었다.

"도망가고 싶어."

삼십 대의 여자는 흐느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딸은 평생 그 부엌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그 당시 몰랐다. 위로를 하는 방법도 모르고 자신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몰랐다. 누군가에게 위로받아야 하는 지도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마음은 꽁꽁 숨겼다. 그전에도 그 이후에도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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