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부인가 호기심충족인가

by 서로소

사람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한 시점이 언제였던가 생각해 보면 안부인지 호기심인지 모르는 질문들을 받을 때였던 것 같다.

고3 시점에는 공부는 잘 되니? 취직할 때쯤에는 어디 지원했니? 뭐 하고 싶니? 이십 대 중반이 되니 남자친구 있니? 소개해줄까? 결혼하니 집은 어디니? 샀니 전세니 월세니? 아이는? 아이 생기고나니 유치원은 어디? 뭐 시키니? 학교 다니고나니 공부 잘하니? 학원은 어디 보내니? 아이가 크니 대학은 갔니 어디니? 너네 집값은 올랐나? 차를 사면 차종은 뭐니? 얼마니? 주식은? 노후 준비는? 부모님은?


수많은 질문들 속에 숨이 막힌다. 무한 루프 같은 이 질문들은 안부인가 호기심 충족인가 관심인가...

개인주의적이라 남들에게 나는 묻지도 않는 질문, 상대방의 아이가, 배우자가 뭐 하는지 궁금하지 않은 건 내가 무심해서인가. 상대방이 질문하면 나도 물어본다. 상대방이 이야기해 주면 나는 물어본다. 좋은 일은 축하하고 나쁜 일은 위로해 준다. 하지만 계속해서 적응 안 되는 건 질문들이다. 그리고 멋대로 하는 판단들이다. 아, 당신은 그렇네 하고 결론 내리는.

혹자는 나보고 냉정하다고도 했는데 나는 공감이 과하고 감정이입이 심해서 온몸으로 이야기를 듣는다. 힘든 얘기를 듣고 나면 몸살이 난다. 그 얘기로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우울하고 힘겹다. 감정이 전염되어 버린다. 그래서 내 감정 컨트롤을 굉장히 열심히 한다. 평정심 상태로 돌리기 위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그리고 산책을 하고 글을 쓴다. 남에게 내 힘든 감정을 쏟지 않기 위해 정제한다. 그러다 보니 지인들에게 사적 질문은 삼가는 편이다. 내가 싫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심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나로서는 예의이고 존중이다. 본인이 먼저 꺼낸 얘기는 잘 들어준다.

오히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스몰토크로 친화력 좋다는 얘기 듣는 편이다. 시장 상인들에게도 그렇고 보이는 그대로 칭찬도 잘한다. 좋은 이야기 위주로 얘기해 주려고 노력한다. 액세서리가 잘 어울리고 머리가 예쁘게 손질되었다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이리 궁금한 게 많을까.

겉도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나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궁금한 게 없고 질문해 대는 사람들이 무례하게 느껴진다. 남 아이 등급이 왜 궁금하고 대학이 왜 궁금한 지 모르겠다. 알아서 했겠지 싶은데. 자랑하거나 하면 기뻐해주고 칭찬해 준다. 잘 되었네 부모도 애도 고생 많았네 그러고 만다. 무덤덤한 내가 문제인가... 남의 아이 깎아내리는 사람 혐오감이 든다. 어른도 아닌 아이. 내가 아이들을 예뻐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다른 집 아이 지나치게 험담하는 어른에게는 정이 뚝 떨어진다. 그렇다고 자기 아이가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궁금하고 비교하고 재단하고 판단하고.

사람들에게 지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질문.

호기심인지 안부인지 모르겠는 모호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질문들이 빠져있었다.

잘 지내니? 건강하니, 괜찮니? 어떻게 지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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