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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 Jan 14. 2022

기획자아와 실무자아의 싸움

내 안에 있는 두 자아, 그리고 최근 다른 하나

 오늘 깨달은 일이다. 내 안에 있는 두 명의 간극이 너무도 크다는 것. 여기 두 명이라 함은 내 안에 있는 두 자아를 말하는 것이다. 하나는 꿈에 부푼 기획 자아이고, 다른 는 하나부터 열까지 발로 뛰는 실무 자아이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회의가 마냥 길어지듯, 둘 사이의 티격태격에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린 나를 새삼 발견 것이다.      



 내 마음에 사는 기획 자아는 기존에 벌인 일이 채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딴짓이다. 다른 거 뭐 재미있는 거 없나 늘 여기저기를 기웃거다. 늘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 하고 어디서 재미난 거라도 발견하면, 크리스마스 아침 머리맡의 선물을 발견한 아이처럼 방방 거린다. 일을 벌이는 데에는 아주 재주꾼이지만, 일을 마무리하는 데는 아무 관심 없는 작자이다. 이 녀석 덕분에 내 인생이 버라이어티 해진 것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고맙진 않다. 그가 벌인 일들을 수습해야 하는 것 역시 또 다른 나였으니까.   


그렇게 벌여진 일을 수습하는 자아를 나는 실무 자아라 부른다. 내 안에 기거하는 이 실무 자아는 사실 상당히 나약하다. 기획 자아의 설득에 금방 넘어가버리는 나약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벌여놓은 일이 태산같이 많아도 실무 자아는 기획 자아의 화려한 언변 앞에 속수무책이다. 금방 유혹당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는 푹푹 짓는 건 땅이 꺼질 한숨이다. 할 일이 이미 많은데 또 하나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실무 자아는 꾸역꾸역 일을 처리하다가 어느 순간 도망가버리기도 한다. 아예 외면해 버리는 것이다. 그 정도 되어야 여기저기 방방 대며 설쳐대는 기획 자아를 조금이나마 저지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소심하고 나약한 실무 자아는 그만 좀 하라는 사인을 이렇게나마 보다.    



 최근에 내 안에 또 다른 자아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을 느낀다. 바로 오거나이저, 나는 이 자아를 관리 자아라 칭한다. 관리 자아의 임무는 막중하다. 기획 자아와 실무 자아가 서로 으르렁 거릴 때, 이 관리 자아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 입장을 가만히 듣는다. 할 말이 끝날 때까지 그저 조용히 듣는 것이다. 대치를 벌이는 두 명이 씩씩 거리면서 할 말이 다할 때쯤 등판하는 게 관리 자아다. 그는 몹시 꼼꼼하며 구체적이고 사려가 깊다. 신중하고도 냉철하다. 그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두 명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운을 뗀다. 그러나 현실적인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관리 자아는 무척이나 날카롭다.      



 왜 그만해야 하는지, 아니면 왜 더 해야 하는지. 관리 자아는 조목조목 이유를 댄다. 그만 해야 할 때는 이미 벌여놓은 일들도, 내가 가진 자원(시간, 돈, 체력 등)으로 커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음을 꼬집는다. 지리멸렬의 상태에 빠진 수많은 기획들을 점검하여 정돈할 때임을 천명한다. 한편 더 해야 할 때의 이유로는 실무 자아의 태만을 지적한다. 주어진 자원들을 실용적이고 가치 있게 활용하지 않는 모습들을 지적한다. 낭비되고 있는 자원들을 한 데 모아, 보다 만족스러운 효용을 줄 기획들을 펼칠 때라고 말해준다.    


  

 최근 등판한 이 관리 자아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느끼고 있다. 모든 자아가 무력하던 때를 지나, 내 안에 기획 자아의 힘과 실무 자아의 목소리가 몹시도 커지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그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서로 힘겨루기 하는 데 낭비하지 않고, 자기들의 재능을 펼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이 관리 자아다. 올해는 모쪼록 이 세 개의 자아가 조화롭게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해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올해도 파이팅이라는 것이다!

(벌써, 1월이 반이나 지났네....

아니 아니지! 아직, 반이나 남았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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