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배달, 지금은 로켓프레시.
모두가 잠든 시간
내가 어린 시절에 "빡센" 아르바이트의 대명사는 신문배달이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새벽 서너 시부터 신문을 돌렸다는 경험담은 엄청난 것이었다.
하루는 새벽 수영을 가면서, 몇 번 우리 동네 쿠팡 맨을 마주친 적이 있다. 그게 새벽 5시 반 무렵이었는데, 헤벌레 열어재껴져 있는 쿠팡 컨테이너 트럭 안에는 택배가 몇 개 남아있지 않았다. 오늘치 새벽 배송이 거의 끝난 모양이었다.
내가 만난 쿠팡 맨은 건장해 보이지는 않았고 몹시 평범한 체격이었다. 젊은, 아니 그보다는 어리다고 해야 할 남성이었다.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그만의 정체성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잠시 스친 그 찰나에도 내 또래 같지는 않아보였다. 못해도 10년은 훌쩍 더 어려 보였던 것이다.
그의 속사정을 알 길은 없지만, 2022년 3월 새벽에 어린 나이의 그가 다른 집 살림을 배달하는 건.. 그에게 어떤 절실함일까. 생계일까, 배움일까, 경험일까, 무엇일까?
어디선가 쿠팡 배송기사의 일이 몹시 고되지만, 벌이가 괜찮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시시각각 오르내리는 주식의 호가처럼, 돈벌이도 참 버라이어티 한 요즘, 저 사람이 새벽 배송을 돈벌이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투잡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어린 저 어깨에 어떤 삶의 무게가 실려 있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야심을 품고 사는 것일까.
과거에는 신문만 배달되던 이 새벽, 이제는 배달되는 물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척이나 편리해졌고 무척 혹독해졌다. 지금의 시대는 그렇다.
앞으로의 시대는 더.. 어떠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