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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춘한 Dec 29. 2023

[시지프의 시각] 2023년 안녕들하십니까

어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대통령실은 20분 만에 거부권 행사를 언급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선거 직전에 노골적으로 선거를 겨냥해서 법안을 통과시킨 경우는 처음"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특검법이 통과가 늦어진 것은 국민의힘의 반대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기 때문인데 야당 탓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2021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대장동 특검과 관련해 "떳떳하면 사정기관을 통해서 권력자도 조사받고 측근도 조사받고 하는 것이지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 졌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말입니까.      


인터넷 언론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9월 13일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 명품 가방을 선물 받는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몰카로 함정을 파놓은 공작 취재”라고 규정하고, 창고에 반환할 선물을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TV조선이 최순실 씨의 의상실 내부 CCTV 영상을 보도했지만 그 누구도 몰카라고 지적한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여사 의혹에 대해 묻자 "민주당이 나한테 꼭 그걸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니던데"라며 언론을 폄하했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특검에 대한 반대는 대통령 가족과 측근들은 성역이라는 뜻으로 밖에 읽히지 않습니다.    

  

비정상적인 언론사 압수수색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신학림-김만배 씨 대화 녹취 보도를 문제 삼아 뉴스타파와 JTBC, 취재기자 등을 상대로 강제수사가 집행됐습니다. 검찰은 대선 직전 허위 인터뷰를 보도해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나 저의가 확인됐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보도에 문제가 있다면 법원에 모든 자료를 제출하고 진위여부를 따지면 될 일입니다. 심지어 최종적으로 오보로 판명될지라도 비방 목적이 없었다면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이 거짓인지 여부와 별개의 구성요건으로서, 드러낸 사실이 거짓이라고 해서 비방할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국가기밀·국가안보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사실상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민감한 자료들이 모이는 특수한 공간이므로,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공권력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실제 소규모 지역신문 주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자 유력 언론사들이 공개서한을 보내고 비판 칼럼을 쏟아냈습니다. CNN은 “뉴스수집에 대한 공격”이라며 “미국의 가장 깊은 가치 중 하나인 알 권리를 심각하게 건드리기 때문에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언론은 바이든-날리면 사태 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념외교에 빠져 사실상 주권을 포기했습니다. 한미일 동맹을 강화한다는 미명아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묵인했습니다. 오염수 방류는 세계적인 논쟁거리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입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야당과 시민사회를 괴담 유포자로 몰아세웠습니다. 전문가 시찰단을 파견했지만 자체적인 검증 결과와 데이터는 없습니다. 그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제공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입니다. 심지어 정부는 17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사용해 오염수 안전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독도 영유권마저 부정했습니다. 최근 발간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는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기술됐습니다. 정부의 존재 이유는 국민과 영토 보호가 핵심인데, 대한민국은 사실상 무정부상태인 셈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상식 밖의 일들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건 등 3건의 국정조사 추진을 막아서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치적을 위해 부산엑스포 유치에 5744억 원의 예산과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확대 등 돈을 쏟아부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총제적 부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부적격 인사들의 공직 진출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계십니까. 아직까지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하고 계실 수 있습니까. 만약 안녕하지 못하다면 어떤 사안이든 소리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올해 한 해 정말로 안녕셨습니까.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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