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이 남긴 것들] 4. 케인스가 울고갈 이론

by 임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 유세 과정에서 꺼낸 ‘호텔경제학’은 경제학원론 수준의 지식만 있어도 쉽게 반박할 수 있는 주장이다. 이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일반이론을 단순화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를 인용하기엔 내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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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 원 예약금을 맡겼다. 호텔 주인은 그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을 갚았고,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서 치킨을 샀다. 치킨집주인은 문방구에서 물건을 사서 문방구 주인은 다시 호텔에 빚을 갚았다. 여행객은 결국 예약을 취소하고 10만 원을 환불받아 떠났지만 그 10만 원은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거치면서 경제적 가치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호텔에 10만 원의 예약금을 낸 후 숙박 없이 환불받더라도 인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거치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의 발언을 옹호한 인물은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으로 임명된 하준경 한양대 교수였다. 그는 2024년 발간된 한국은행과 지급결제제에서 유사한 사례를 언급했다며, 해당 비유가 유효수요이론과 맥을 같이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경제학 개념을 오용해 정치적 정당화를 시도한 위험한 해석이다.


케인스는 경제대공황 당시를 설명하기 위해 유효수요 개념을 도입했다. 유효수요란 실제 지불 능력과 의사를 갖춘 수요를 의미한다. 그는 유효수요가 부족하면 생산과 고용이 위축돼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고 보았다. 그래서 정부는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광에 돈을 묻고 민간이 그것을 찾아내게 하라는 극단적 비유는 총수요를 늘려 고용과 생산을 회복시키려는 절박한 처방이었다.


반면 한국은행의 사례는 지급결제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핵심은 돈이 거래자 사이를 어떻게 순환하며 채권·채무 관계를 청산하는 가다. 실제 생산이나 고용 창출은 없으며, 새롭게 소비되거나 소득이 증가하지도 않는다. 단순히 돈이 돌았다는 사실만으로 경제가 성장하거나 국민소득이 늘어났다고 판단하는 건 착각이다.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단지 신용 정산 과정일 뿐이다. 만약 여행객이 환불받지 못했다면 누군가는 손실을 감내하거나 파산했어야 정상이므로 균형이 맞는 거래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후보의 발언은 지역경제 활성화인 양 포장되고 케인스 이론으로 연결 지어졌다.


민주당은 호텔경제론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이 후보는 “경기가 나쁠 때 소비를 진작하는 걸 승수효과라고 하는데, 이를 모르는 바보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백 번 양보해 케인스를 언급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치자. 승수효과란 정부나 민간의 지출이 소득 증가로 이어지고, 이 소득이 다시 소비를 자극해 경제 전반에 파급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승수는 1/(1-한계소비성향)이며, 현실에서 한계소비성향은 결코 1에 근접하지 않는다. 만약 승수효과가 무한히 지속됐다면 수십 년간 대규모 투자와 수출 주도 성장을 이어온 중국 경제는 지금쯤 무한히 성장했어야 한다.


승수효과를 언급했다면 ‘구축효과’도 함께 알아야 한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금리가 올라 민간의 투자와 소비가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재정정책에도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는 기본 개념이다. 케인스 이론과 호텔경제학을 뒤섞는 순간 경제학의 기초가 흐려지고 국민은 오도된다.


하 교수가 학부생도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을 몰랐을 리 없다. 그래도 해당 주장을 고수한다면 정치적 욕심을 위해 학문의 정직성을 희생한 셈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책의 신뢰에 전가된다.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이며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유권자에게 선택을 강요하려면 최소한 사실과 원칙 앞에서 솔직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신뢰를 얻고 실질적인 경제성장을 논할 수 있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사진출처=인터넷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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