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이 남긴 뚜렷한 상처 중 하나는 분열의 정치다. 선거가 끝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사회 곳곳에 여전히 갈등의 파편이 흩날리고 있다. 정치권은 말로는 통합을 외쳤지만 실상은 진영논리와 갈라치기에 몰두했다. 대한민국의 민낯은 갈등공화국 그 자체였고, 대선은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혐오를 조직화하고 동원하는 과정이었다.
여러 지표들은 심각한 사회 갈등을 수치로 증명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사회의 갈등지수는 4점 만점에 3.04점으로, 2018년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사회 전반에 긴장과 불신이 팽배해 있음을 방증한다. 통계청의 2024 한국의 사회지표에서도 보수와 진보 간 이념 갈등을 느낀다는 응답은 77.5%에 달했다. 8개 주요 사회갈등 항목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이념 갈등은 일상이 됐고 출신 지역부터 직업, 단어 하나까지 정치적 의미가 덧씌워지고 있다.
젠더 갈등은 더욱 가팔랐다. 남녀 갈등을 체감한다는 비율은 2023년 42.2%에서 1년 만에 51.7%로 급증했다.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젠더 문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결과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개혁신당은 여성이 경찰·소방·교정 공무원이 되려면 군복무를 해야 한다는 자극적 공약을 내놨다. 정책적 근거는 빈약했지만 갈등을 촉발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세대 갈등도 심화됐다. 노인과 젊은 층 간 세대 갈등을 느낀다는 응답은 58.3%로 전년보다 높아졌다. 대선 과정에서 노년층은 안보를, 청년층은 공정을 외치며 서로를 의심했다. 대선 후보들은 이를 조율하기보다 갈등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특정 세대의 불안을 자극하고, 그 불안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았다.
표를 얻기 위한 선동은 선거철의 고질병이 됐다. 여야 모두 진영의 결집을 명분 삼아 분열을 키웠다. 갈등이 곧 동원력이자 표의 원천이 됐기 때문이다. 상대 진영을 적대시하고 국민을 편 가르는 메시지가 유세장, 방송, 온라인 공간을 떠돌았다. 극단적 지지층의 환호를 받기 위해 정치인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언어를 쏟아냈고, 그 결과 국민의 분열은 더 깊어졌다.
어느새 나와 너를 가르고, 그 대립에서 표를 얻는 정치가 고착화됐다. 이 구조가 지속될수록 민주주의의 기반은 훼손된다. 민주주의는 다름을 인정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고, 통합이 아닌 배제를 일삼고 있다.
이제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상대를 향한 혐오와 비난으로 지지층의 박수를 받던 시대는 끝나야 한다. 진영 논리에 갇힌 정치는 더 이상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 여야 모두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갈등을 봉합할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국민 갈라치기를 멈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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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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