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분은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2025년 12월 8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국가수사본부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성폭력성 발언’ 사건 불송치 은폐 의혹에 휩싸인 상황에서 조직의 수장이 내놓은 답변치고는 너무나 무책임하다.
문제의 본질은 거짓말 그 이후의 대처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이 지난달 24일 이미 불송치된 사건을 두고 “수사 중”이라며 결과를 숨긴 것이 1차적 잘못이라면 이를 수습하는 과정은 더욱 기만적이었다.
국수본은 불송치 사실 은폐 의혹을 제기하자 지난달 25일 “미흡한 점이 없는지 검토 중”이라는 모호한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불과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26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재빨리 발표했다. 하루 만에 모든 검토를 마쳤다는 설명을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이는 검토가 아니라 상황 모면을 위한 ‘면죄부 발행’에 가깝다.
이번 일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내년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경찰 권한은 비대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권한이 커지는 만큼 투명성도 커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경찰은 불리할 때면 “수사 중이라 말하기 어렵다”는 답변으로 방어막을 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 앞에서 한없이 움츠러드는 태도는 경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마저 의심케 한다.
기자는 묻고 국민은 듣는다.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긴다면 경찰의 ‘선택적 입닫기’는 관행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 경찰의 수사 브리핑을 어떻게 믿으라는 것인가. 14만 경찰을 대표하는 입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사실을 숨기는 것은 결국 조직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강화된 수사권은 권력이 아니라 책임이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복잡한 정치적 해석이 아니다. 왜 거짓말을 했으며, 하루 만에 졸속으로 결론을 낸 과정은 무엇인지 투명하게 밝히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성실한 답변이 없는 한 의혹은 끝나지 않는다.
유 직무대행과 박 본부장은 이번 사태의 무게를 직시해야 한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식의 안일한 태도로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명확한 조치다. 신뢰는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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