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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춘한 Nov 17. 2023

[시지프의 시각] 가짜뉴스 칼춤을 멈춰라

최근 정부·여당이 가짜뉴스 때려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가짜뉴스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가짜뉴스 척결을 떠드는 사람은 많지만 학계에서조차도 정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정권에 불리하거나 불편한 기사를 가짜뉴스라고 단정하고 규제하겠다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실상 언론 검열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공영방송 KBS의 사장 교체 이후 대대적인 칼춤이 시작됐다. 박민 KBS 사장은 지난 14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으로서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중히 사과한다"며 "불공정 논란이 일면 잘잘못을 따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날 저녁 9시 메인뉴스에는 고 장자연씨 사건 관련 윤지오 인터뷰(2019), 채널에이 검·언 유착 녹취록 보도(2020), 오세훈 서울시장 내곡동 토지 보상 보도(2021),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인용 보도(2022) 등 공정성 훼손 보도 사례에 대한 4분짜리 리포트가 나왔다. 해당 보도 기자의 반론권 보장되지 않았다.      


통상 가짜뉴스 딱지는 본질이 아닌 사소한 부분을 물고 늘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생태탕 보도'이다. 이는 오 시장이 과거 재임 시절 처가가 소유한 내곡동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 보도였다. 그런데 오 시장은 그곳에서 생태탕을 먹지 않았다며 가짜뉴스라고 프레임을 전환했다. 오 시장의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 혐의 불기소처분 결정서에 따르면 검찰은 “경작인·측량팀장·생태탕식당 모자 등은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피의자(오 시장)가 측량현장에 있었다고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이들 진술에 의하면 피의자가 측량현장에 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백번 양보해서  시장 문제제기를 인정하더라도 그 부분 역시 큰 결함이 있었던 것은 아닌 셈이다.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본질은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 봐주기 수사 의혹이다. 정작 모든 초점은 당시 윤석열 대검찰청 중수2과장이 불법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에게 커피를 타줬느냐 안 타줬느냐에 맞춰져 있다. 완벽한 물타기이며, 언론을 옥죄기 위한 논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 회의를 열고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KBS·MBC·YTN과 부산저축은행 사건 봐주기 수사 의혹을 보도한 JTBC에 총 1억4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기자는 검찰이 아니고,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 모든 정보를 다 갖고 있을 순 없기 때문에 100%는 완벽한 보도는 존재할 수 없다. 기사의 일부 오류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자는 크로스체크를 하고, 당사자의 반론을 충분히 듣는다. 언론사에 데스크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최종적인 더블체크를 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기사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면 정정보도, 반론보도를 요청하거나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민사소송의 과정을 거치면 된다. 무엇이 문제인가. 현 정권의 가짜뉴스 규정은 그냥 권력자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기만 하라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식이라면 기자라는 직업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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